아기다리고기다리던! 미소회. 그런데 오늘은 함께 못 치고 이리 뚝 저리 뚝 흩어지게 되었다. 남코스 1조 2조 그리고 서코스 3조. 나는 서코스 3조다. 우리만 뚝 떨어져 치기에 서둘러 남코스로 간다. 동생들 찍어주려고. 하하 헐레벌떡.
앗.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 완전 다른 패션인데. 하하 H가 패셔니스트예요. 요즘 가장 핫한 유행이랍니다. 앗 그래? 완전 츄리링 타입인데? 네. 더 이상 꼭 끼고 모양낸 예쁜 옷이 아니어요. 정말 운동복 같은 게 최신 트렌드입니다. 아, 그래? 동생들에게 난 최신 패션을 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예요~ 아하 그래? 했는데 어느새 이젠 츄리링이란다.
아, 우리 오늘 행운이야. 날씨가 너무 좋아. 그러게 저 훼어웨이 좀 봐. 우릴 위한 잔디. 멋지게 치자. 네~ 하하 너른 잔디밭을 보며 우리는 속닥속닥. 얏호. 지금 말고는 함께 할 시간이 없다. 동생들을 모두 모이게 해 사진 촬영을 하려니 곁에 있던 남자분. 하하 들어가십시오. 찍어드리겠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카메라를 맡기고 나도 합류한다. 깔깔대며 포즈를 취하다 보니 누군가 앞조에서 티샷을 하려 한다. 쉿 쉿. 넵 쉿 쉿 하하 그게 우스워 또 숨 죽이고 킥킥. 이래저래 웃음이 폭발하는데 우리를 찍어주는 남자분의 동료들이 휘익휙 환호하며 짓궂게 놀려 하하 푸하하하 그곳은 잠시 웃음바다가 된다. 남코스에 동생들을 두고 서코스로 떠나며 안녕~ 하는데 갑자기 우리 팀의 P가 E로 바뀌었단다. 그런데 E가 도착을 않고 있다. 왜?
우리들의 풍성한 먹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준비되었으니 J의 레드향, E의 찹쌀구이떡, P의 직접 만든 푸짐한 빵, L이 지난번 라운딩에서 함께 칠 때 4개밖에 안 갖고 왔으니 우리 팀만 먹자며 조용히 나눠준 걸 내가 참석기에서 그 말까지 까발려 원성 듣고 이번엔 모두에게 나누어준 쌍화차. 푸하하하
아파서 6년간 못 나오다 처음 나왔다는 캐디가 P를 알아보고 사모님 그 옛날과 똑같아요~ 공 잘 치고 옷 잘 입는 분~하며 매우 반가워한다. 함께 하는 내내 기분 좋게 우리를 돌봐주어 코로나로 노캐디에 익숙한 우리 입에서 절로 캐디와 함께 하길 참 잘했어. 캐디와 함께 하는 건 바로 이 맛이야.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태양이 둥실 한가운데 떠 있고 평화로운 잔디밭에서 우리는 도란도란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공을 친다. 지금 우리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아무렴. 하하
앞팀이 밀린다. 일찍 가도 소용없어요~ 걸어가자구요. 그래서 우리는 타박타박 다음 홀까지 걸어서 간다. E의 빨간 바지가 포인트다. 헐레벌떡 뛰어온 E는 막 나가려는 순간에 자동차 열쇠가 없어 늦었단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 당황하던 E. 일단 전화해 1조에서 조금이라도 늦은 우리 3조로 바꾸어놓고 찾고 또 찾으니 에구 어제 일할 때 입었다 벗어놓은 옷 주머니 속에 떡하니 들어가 있더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다 손에 땀을 쥔다. 끝까지 기억 안 났으면 어쩔뻔했어. 하이고~
피티를 열심히 하더니 뒤태가 달라졌다고 우린 자꾸 H의 등 라인을 본다. 예뻐~ 멋져~ 감탄사를 쏟아내며 우리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하 저 멀리 우리를 굽어보는 울산 C.C. 의 멋진 산. 너르고 누런 잔디밭. 그야말로 평화로운 풍경이다. 거기서 우리는 한 세상 시름은 저 한편에 놓아두고 빵빵 신나게 공을 친다.
아니 남에겐 그렇게 너그러우면서 자신에겐 왜 그리 엄격하세요? H가 보다 못해 말한다. E는 그랬다. 오케이~ 우리가 외치면 아니 이게 어떻게 오케이? 안돼! 자기 공엔 그러면서 남들 공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오케이~ 를 연발한다. 이상한데 공이 올라가 콕 박혀있으면 서둘러 달려가 꺼내놓으면서 자기 공이 이상한 곳에 있을 땐 그냥 거기서 친다. 내려놓고 쳐~ 우리가 아무리 소리쳐도 막무가내다. 내참.
나무 아래 벤치가 우릴 부르는 것 같지 않아? 그래 맞아 저 벤치의 유혹을 외면하는 건 숙녀의 도리가 아냐. 푸하하하 우린 벤치로 달려가 쪼르륵 앉는다. 사진에 관심 많은 캐디가 이리저리 돌려가며 예쁘게 찍어준다. 그래도 훼어웨이가 좀 보여야겠지? 여기가 좋겠어. 또 포즈를 취한다. 봄도 없이 그대로 여름이 오는 것 아닌가 걱정하게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모두 웃통을 벚어젖힌다. 울퉁불퉁이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하면서 날씬한 E가 겉옷을 벗는다. 세상에 저 날씬한 몸매로 울퉁불퉁이라니! 난 어쩌라구!
동코스 9번 홀에 남자들만 가는 아주 멋진 곳이 있어요~ 우리가 사진 찍기 좋은 곳만 나타나면 감탄하며 찍어대자 캐디는 한술 더 떠 아주 멋진 곳으로 안내한다. 바로바로 동코스 9번 홀 남자들의 블루티가 있는 곳. 여자 티는 호수를 건너 한참 앞에 있기 때문에 우리 여자들이 이 곳에 올라와 볼 기회는 거의 없다. 거기서 일부러 카트를 세워놓고 호수를 향해 쪼르륵 앉게 한다. 무언가 사색에 잠긴 듯 보이라고. 푸하하하 사색은 개뿔! 호수를 바라보며 킥킥 쏟아대는 우리의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하하 푸하하하
점심은 같이 먹어도 5인 이하 금지 코로나 법 때문에 뚝뚝 떨어져 앉아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본다. 전체 회의도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 채로 오늘의 라운딩을 마무리한다. 다음 달엔 전체 회의를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코로나 조심하고 건강 잘 지키세요~ 서로서로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며 헤어진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