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몰래주식투자 롯데쇼핑탈락

by 꽃뜰

은퇴한 남편과 24시간 함께 있으며 우리는 모든 걸 같이 한다. 운동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하고 청소도 같이 하고 빨래도 같이 하고 미장원도 같이 가고 음악도 같이 듣고 책 빌리러 도서관도 같이 가고 장도 같이 보고 밭에 나무 심고 가꾸는 것도 같이하고 중국어도 같이 배우고 영어도 같이 하고... 또 뭐가 있나. 여하튼 우린 모든 걸 같이 한다. 물론 그 일들은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다. 가령 밥을 한다면 쌀을 씻고 물에 담갔다가 휘슬러 납작한 압력밥솥에 안치는 건 그의 몫이다. 와이? 공학도인 그는 쌀 퍼오는 것에서부터 씻고 몇 분 기다려서 밥을 안치고 슈슈숙 소리 나고 4분 18초... 그렇게 과학적으로 초까지 계산하며 항상 아주 정확한 밥을 만들기 때문이다. 대충대충 밥하던 나는 그를 부엌에 끌어들이며 매 끼니 딱 먹을 것만 따끈따끈 새 밥을 하는 그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어떻게 딱 2인분의 밥을 만들 수 있을까? 손이 큰 나는 항상 한 그릇 정도는 남게 만들고 그걸 못마땅해한 그는 아주 정확히 딱 두 그릇만 매번 해내고 있다. 그 정도면 자릴 물려줘야지 암. 밥에 까다로운 그가 일단 밥은 그렇게 과학적으로 매 끼니 똑같은 양 똑같은 질의 밥을 해낸다. 그러나 반찬 준비는 모두 나의 몫인데 그는 어딜 가나 밥은 자기가 한다고 무척 자랑한다. 밥만 하는 건데 밥을 한다니 사람들은 그가 모든 밥 차리기를 하는가 한다. 그래도 철저히 분업화. 된장찌개는 멸치 넣고 황태포 넣고 다시마 넣고 감자와 양파를 넣고 쌀뜨물 부어 뚝배기 불에 올리고 호박 썰어놓고 두부 썰어놓고 냉동실에서 파 마늘 땡고추 우거지 꺼내놓는 것까지가 나의 몫, 마지막 맛 내기는 그의 몫. 세탁기 돌리고 건조대에서 마른빨래 걷어오는 건 나의 몫 개키는 건 그의 몫. 서랍에 옮겨 담는 건 나의 몫. 와이? 대충대충 설렁설렁 개키는 나와 달리 누가 공학도 아니랄까 봐 가로 세로 딱 맞춰 과학적으로 보이게 딱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개키는 그의 능력 때문이다. 어쨌든 그중 하나 미장원에 같이 가는 날, 20여 년 단골 미장원 터줏대감 루비는 턱 하니 커다란 의자를 하나 차지하고 졸려 졸려 주무시고 계시다. 내가 찰칵거리니 눈을 가늘게 떠보나 워낙 졸리으신지 일어나진 못한다. 미안해요 야옹님~

사진 1. 현물 주식. 현대차가 오르고 신한지주가 떨어지고 있다. 하하 인생이 그러하듯 주가도 돌고 돈다.

사진 2. 선물 주식. 롯데쇼핑이 탈락했다.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살짝 내려왔기 때문이다. 살짝 아주 살짝이라 망설였지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변명을 주기 시작하면 안 된다. 나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에잇 싹둑! 난 생각 없는 기계.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가면 가차 없이 싹둑 잘라내 버리는 기계! 파이팅!

사진 3. 선물주식 예탁금. 오예. 1083만 원. 조금 올랐다. 1600만 원을 향하여 파이팅!

예쁘게 잘 올라가고 있다. 아쉬운 건 전 고점을 넘기거나 밀리지 않고 몸통이 긴 양봉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는 것이다. 오늘 어떻게 될까? 20일선에서 반등에 성공한 건 맞는데 제발 전 고점을 가볍게 누르고 위로 쭉쭉 뻗어나가 레이~

역시 20일선에서 빵 뛰었으나 딱 멈추었다. 어제 가격 고대로. 힘내라 파이팅!

5일선이 살짝 꺾이고 있다. 힘내라 힘!!!

살짝 아주 살짝 정말 코딱지만큼이지만 어쨌든 빨간 5일선이 초록 20일선을 뚫고 내려왔다. 두말할 것 없다. 가차 없이 탈락! 와이? 난 요거밖에 할 줄 모르니까. '난 아무것도 몰라요~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오면 매도할 뿐야요~'

그럼 그렇지. 그래 갈 길이 멀다. 어서 빵빵! 올라가렴. 파이팅!


나, 너 따라 샀다. 앗 그래? 오늘 내려갔던데. 응 그래도 샀어. 푸하하하 내 글 속에 너를 등장시켰다 하니 깜짝 놀라며 그녀는 웃었다. 그녀는 이미 큰 이익 상태. 난 그 이익 다 끝난 후 들어간 상태. 나도 과연 수익을 즐길 수 있게 될까? 그것이 궁금하다. 하하


(사진:꽃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