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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04. 2021

15분 째깍째깍

정리의 힘!

여보~ 15분 시작한다~

째깍째깍 타이머 돌아가는 소리. 15분 정리의 힘! 한동안 거기 폭 빠져 15분 타이머를 실행하며 짬짬이 청소를 즐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래도 괜찮다. 작심삼일이면 어떤가. 다시 결심하면 되지. 엣헴. 


15분 정리의 힘! 그 강연을 아주 감명 깊게 들어 툭하면 여보!  15분 시작! 하고는 남편을 끌어들여 각자 무엇을 하고 있건 째깍째깍 타이머가 돌기 시작하면 남편은 남편이 할 수 있는 정리. 난 내가 할 수 있는 정리를 우리 집 어느 곳이건 자기 맘 내키는 곳에 들어가 정리와 청소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건 잘 지켜지는 듯했다. 힘들지도 않았다. 재밌는 놀이 하듯. 타이머 돌아갑니다 15분 시작~ 하면 후다닥 정리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 발동은 내가 할 수도 있고 남편이 할 수도 있고. 푸하하하 그렇게 타이머 시작~ 하면서 정리정돈을 해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게으름에 그 동작은 멈추었고 우리 집은 다시 청소와는 거리가 먼 상태로 차곡차곡 쓸데없는 것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그건 스트레스 되어 돌아왔다. 여기를 봐도 정리해야 할 것들. 저기를 봐도 정리해야 할 것들. 아, 난 왜 이러고 사나. 


여보. 너무 어지른 것 같아. 우리 청소해야 할 텐데. 
타이머 돌리면 되지. 
그게 다시 될까?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부터 해보자. 


다시 정리 시작. 그렇게 어제 난 걱정을 털어놓았고 남편은 걱정 말라했고 그리고 오늘 아침이 밝았다. 식탁 위엔 봉지봉지 거실에는 먹다 남은 그릇들과 잡동사니가 사방팔방에 굴러다니고 있다. 몽땅 버려야 할 텐데 버리는 것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 쌓이고 또 쌓이고. 환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툭하면 창문을 앞 베란다 뒷베란다 크게 열어 찬 바람이 슁슁 불게 한다. 그리고 정리 안된 상태로 드르륵 바닥의 먼지만 자동청소기로 빨아들인다. 드르륵드르륵 왔다 갔다. 자동 물걸레도 샀다. 아주 쉽다고 엄마들 칭찬이 자자해 샀는데 그거 갈아 끼우는 것도 부지런해야 한다. 푸하하하, 아 게을러라. 어쩜 이렇게 게으를까?


아니 게으른 건 아니다. 난 나 좋아하는 것엔 정말 돈 주고 하라 해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할 정도로 폭 빠져든다. 청소가 스트레스 해소라는 분도 있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무언가 마음이 찜찜하면 무조건 대청소를 한단다. 그러면 마음도 몸도 빵 뚫리며 개운해진다는 것이다. 아, 얼마나 좋은 습관인가. 난 왜 그런 좋은 습관을 몸에 들이지 못했을까? 난 스트레스 쌓이면 그런 거 못한다. 달달한 커피에 오레오나 롯데샌드를 찍어먹으며 한참 소설책을 읽다 보면 모든 스트레스는 날아간다. 그런 건 집안을 깨끗이 하는 것과는 아주 반대되는 습관이다. 스트레스 쌓일 때마다 청소를 하는 습관이라니. 얼마나 바람직한가. 나도 그런 습관이 붙으면 좋겠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의 가장 친했던 친구는 의사다. 그녀와 함께 하며 가장 부러웠던 것은 언제나 그녀 집엔 상주하는 일하는 분이 계셨다는 것이다. 밥 먹고 발딱 일어나 좋아하는 거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그랬다. 밥시간이 되면 밥이 딱 차려졌고 밥 먹고 발딱 일어나면 아주머니가 다 치워줬다. 애들도 아주머니가 맡아서 관리해주고 지저분하고 힘든 건 아주머니가 다 했다. 그녀는 그냥 화려하게 웃으며 아이들과 우아하고 좋은 것만 하면 되었다. 의사 일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녀의 다른 게 아니라 밥 먹고 손에 물 안 묻히고 발딱 일어나면 설거지도 청소도 누군가 다 해주는 그게 참 부러웠다. 그러나 살림하는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 아주머니 몫이 다 내 몫이었다. 그녀의 삶과 나의 삶은 그렇게 달랐다. 어쨌든. 


지금 나에게 닥친 일은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마음먹기까지 참 힘들다. 그러므로 나의 하기 싫은 마음을 잘 달래야 한다. 15분 정리의 힘. 타이머 발동. 그래. 그걸로 다시 시작해보자. 남편이 일어나면 그때 15분 발동!으로 아주 조금씩 하자. 스트레스받을 거 무어있냐. 때가 되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 하면 되지. 그래. 오늘은 15분 정리의 힘 발동! 암 난 할 수 있어. 파이팅! 


(사진: 친구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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