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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08. 2023

달님

나랑 남편은 웬만하면 해님이 꼴딱 넘어가기 전 수변공원을 돈다. 아주 간단하다. 집에서 나가 우리 아파트 옆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면 야트막한 산이 나오고 그 산을 넘어가면 그대로 거대한 호수를 따라 산책길이 나 있는 수변공원이 펼쳐진다. 이 좋은 곳을 집 앞에 두고 매일 산책 안 하는 건 죄악이야. 하면서 우린 매일 걷도록 애쓴다. 그런데 툭하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버려 어느새 밤이 되곤 한다. 밤이 되면 가기 싫다. 아니 해님이 없는 산책은 해선 안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슬그머니 포기한다. 오늘도 집에서 밍그적거리다 보니 어느새 해님은 사라지고 달님이 퐁 솟았다. 그래서 가지 않았다. 하루가 왜 이렇게 짧은 걸까?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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