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Jun 14. 2023

나갔어야 했을까?

십여 명이 모인 기다란 방이었다. 서빙하는 사람이 문을 열면 마침 엘리베이터 앞이라 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리 방 안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지각하기 싫어하는 나는 제 일착으로 도착해 맨 안쪽에 앉아있었다. 마침 고기가 도착해 열심히 굽고 있는 중이었다. 저 밖에서 찾아요~ 오로지 고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나를 여러 명이 불러 세운다. 밖에 좀 보라고. 누가 찾는다고. 오잉? 고개를 들어보니 다른 모임에서의 아는 분. 열린 문 속의 나를 보고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내가 고기 굽는 데만 정신이 팔려 못 보니까 서빙하는 분께 말했나 보다. 저기 저 끝의 분 좀 불러달라고. 굉장히 반가운 모습으로 마구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렇게 까지 친한 분은 아닌데 하하. 나도 역시 반가움의 미소를 함빡 띠며 마구 손을 흔들었다. 솔직히 난 너무 먼 곳에 앉아있었다. 그렇게 손을 흔들고 헤어졌는데 문득 드는 생각. 만사 제치고 밖으로 뛰어나갔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엔 난 고기를 당장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모 여하튼 그땐 그렇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인기 많아요~ 앞의 분들이 미소 지으며 이야기해 하하 웃으며 대화 속에 빠져들었지만 두고두고 그때 나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깊숙이 앉아서 손만 흔들고 인사한 게 과연 예의에 맞을까? 싶다. 


(사진: 꽃 뜰)


매거진의 이전글 한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