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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22. 2023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창 밖에 비는 쏟아지고 버스는 꼼짝을 않는다. 밖의 도로를 보니 경찰이 쫙 깔렸다. 그리고 버스는 정말 단 한 바퀴도 앞으로 가질 못한다. 사직터널로 가야 하는 버스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 한 여자가 일어섰다. 아니, 왜 이쪽으로 가요? 그쪽 막아놔서 못 갑니다. 오늘만 이런 거예요? 네~ 나도 늦었지만 그녀도 다급한가 보다. 나도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빗발친다. 지방에서 올라온 지방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 안 와? 몰라 집회하나 봐. 버스가 꼼짝을 안 해. 아이고 고생한다. 나도 그러고 있는데 그녀 한숨을 푹푹 쉬며 아 이리 가면 어떡해요. 큰일이네. 왜 이렇게 꼼짝 안 해요. 불만을 쏟아놓는다. 버스 기사님이 말한다. 제가 한 거 아니에요~ 그 말에 그녀가 급격히 태도를 바꾼다. 알지요. 알아~ 그러면서 버스 안 분위기는 달라진다. 막히는 차 안에서 누구나 짜증이 가득한데  그렇다. 이건 기사님 잘못이 아니다. 모두 함께 집회하는 그들을, 가득 메운 경찰관을, 쏟아지는 비를, 창 밖을 탓한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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