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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31. 2023

의심

억울하다. 요렇게 탐스럽게 익은 아로니아가 한가득이었는데 다 사라졌다. 고라니일까? 새일까? 사람일까? 누군가 먹다 남은 아주 일부가 남아있을 뿐이다. 자두도 그랬다. 너무도 맛있게 주렁주렁 열린 주먹만 한 자두를 우린 조금만 더 맛있게 익히자며 따지 않고 집에 왔었다. 그리고 곧 가본다는 게 어쩌어찌하다보니 늦어져 무려 2주 후에 갔더니 그 많던 자두는 나무에 딱 한 개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때도 우린 의심했다. 누군가 사람이 와서 다 따먹었을까? 새일까? 고라니일까? 고라니이기엔 너무 높다. 어쨌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두를 보고 너무 억울해했는데 아, 이번엔 아로니아가 다 사라졌다. 맛이 없어 새들이 먹지 않는다 하여 아로니아엔 새 막이 그물도 치지 않았는데 탐스럽던 아로니아가 다 사라졌다. 고라니도 충분히 따먹을 수 있는 낮은 크기다. 작년에 수확해서 아로니아청 만들어놓은 것을 요즘 참으로 맛있게 먹고 있는데 이번엔 그대로 냉동실에 얼려두고 수시로 갈아먹으려 했는데 너무 코딱지만큼 수확했다. 청은커녕 얼려 먹는 것조차 아주 조금밖엔 못할 것 같다. 얼마 전 주렁주렁 탐스럽던 아로니아가 너무 그립다. 초보 농사꾼은 언제나 제대로 된 수확이 힘들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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