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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10. 2024

따뜻한 동반자들


남편 친구들과 함께 하는 부부골프다. 요즘 우리의 골프 장은 새롭게 단장하는 중이라 공치고 나서의 냉탕 온탕 퐁당퐁당 시원함을 즐길 수 없다. 라커룸도 샤워실도 모두모두 공사 중이라 차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집에서 아예 운동복을 입고 오고 그대로 샤워 없이 집으로 간다. 오늘은 남자들이 아내들보다 1시간 일찍 시작한다. 그래서 생긴 한 시간의 공백에 난 홀로 자동차에 남았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가 아니라 책을 요약해 핸드폰에 저장해 둔 걸 읽었다. 바로바로 밥 로텔라의 골프, 자신감의 게임이라는 책. 자신감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입력시켜야 한다. 공을 칠 때 나를 믿고 타깃만 생각하라. 어디로 보낼지 목표를 정한 후 바로 거기 떨군다는 확신으로 채를 휘둘러라. 왼팔은 이렇게 채는 저렇게 따위는 생각 마라. 목표점에 아름답게 떨어지는 나의 샷만을 상상하라. 퍼팅도 마찬가지다. 나는 퍼팅을 참 잘해~ 주문 외듯 중얼거리며 일단 공 뒤로 가 그 공이 똘똘 굴러 홀 속에 땡그랑 떨어지는 모습을 몇 번이고 상상하라. 그 상상이 내 마음 가득 찰 때 드디어 퍼팅하라.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는 중요하지 않다. 과연 내가 집중을 했는가만이 중요하다. 글을 읽으며 그런 마음가짐을 홀로 차 안에서 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와서 같이 국수 먹어요~ 날이 추워 뜨끈한 거 먹고 시작해요~ 야박하게 할 일 있다며 티업시간에 맞춰가겠다 한 나를 챙기는 이들은 무언가. 대부분 그렇게 시간 공백이 나면 남편 따라 함께 온 아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데 이기적으로 한 시간을 쓰려한 나의 욕심이 매우 미안해졌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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