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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04. 2024

백화점에선 그렇게 예뻤는데 집에선 왜 아닐까?

모임을 했는 데 그중 한 엄마가 곧 상견례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옷 걱정을 한다. 원피스는 있는데 그것만 입기엔 좀 그렇고 그 위에 정장 핏의 재킷을 입으면 될 것 같은데 어떤 걸 사야 할지 모르겠단다. 그래서 몇 명이 그 옷 사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 백화점으로 가자! 아무래도 상견례라면 고급 옷을 입어야 할 테니까. 나도 결혼식이 줄줄이 있어 좀 폼나게 입을 옷이 필요해 함께 따라나섰다. 이것저것 그녀가 입어보면 우리 셋은 의견을 냈다. 이건 이래서 안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그러나 우리들이 꽤 잘 어울린다 하면 그녀 맘에 안 들었고 그녀가 맘에 들어하는 건 우리가 볼 때 별로였다. 그렇게 마땅한 옷을 찾아가던 중 내 눈에 옷이 하나 들어왔다. 그런데 너무 비싸다. 쟈켓 하나에 이런 값을? 그래서 살며시 내려놓고 다시 엄마들을 따라다녔지만 계속 그 옷만 눈에 아른거렸다. 결국 까다로운 그녀는 사지 못하고 내 눈에 아른거리던 그거를 내가 샀다. 용기를 내서 샀다. 그래 마르고 닳도록 입으면 비싼 게 비싼 게 아닌 거야. 과감히! 나만 하나 건졌다며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던 엄마들에게 카페에서 신나게 한 턱까지 냈는데 집에 와서 입어보니 영 아니다. 그래서 다시 백화점으로 가고 있다. 입을 게 아니라면 최대한 빨리 갖다 주어야 할 테니까. 그런데 백화점에선 그렇게 예뻤는데 집에 와 입어보니 왜 아닐까? 다시 환불을 하러 백화점으로 향하고 있는 마음이 영 뒤숭숭이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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