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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08. 2024

과식하지 말아야지.

매번 결심하면서도 조금만 먹는 걸 못한다. 과식하지 말아야지. 과식이 제일 안 좋다던데.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집밥이 그렇게 맛있는 걸 어쩌란 말이냐. 별 특별한 반찬도 아닌데 남편과 나는 너무 맛있지?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서 소식하겠다고 덜어놓은 밥을 더 먹다 결국 싹싹 긁어 다 먹고 배가 불러 헥헥댄다. 밥이 좀 다르다. 유난히 밥에 까다로운 남편은 항상 식사 전에 따끈 따끈 갓 지은 밥이 올라와야만 한다. 그것도 전기밥솥이 아닌 그 옛날 너무너무 비싸 정말 후달달거리며라도 맛난 밥을 위해 과감히 샀던 휘슬러 납작한 밥솥. 거기에 항상 즉석 밥을 해 먹는다. 그런데 까다로운 공대생 남편. 조금 질어도 조금 되도 딱 이인분이 아니어도 무어라 불평한다. 흥! 당신이 하셔! 맡겨놓았더니 밥만은 남편이 하는데 그야말로 한결같이 정확하게 똑같은 밥을 만들어낸다. 쌀은 딱 15분을 담근 후에 압력 밥솥에 넣고 불은 8로 해서 칙 소리가 나면 2로 줄여 4분 30초간 뜸을 들이는 것이다. 단 1분 1초의 오차도 없고 딱 2인분에서의 오차도 없다. 과학적으로 매번 똑같은 질 똑같은 양의 밥을 해낸다. 거기에 우린 귀리도 넣고 녹두도 넣고 차조도 넣고 노란 콩도 넣어 먹는데 너무 되지도 질지도 않은 그 잡곡 섞인 갓 지은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하하 밥이 맛있으니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서 또 과식을 했다. 아, 배불러.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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