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했고, 모임을 좋아했고, 술자리가 즐거웠고 매일이 신났다. 회사에서도 퍼포먼스가 좋았고, 회사를 다니며 개인적으로 하던 사업도 온 힘을 다해 열정을 태웠다. 이게 2018년 상반기까지의 일이다. 2018년, 극심한 통증과 강직성척추염을 확진받은 후의 삶은, 매우 단순해졌고 심심해졌다.
결과론적으로는 그 심심함 속에, 삶을 재편할 수 있었고 인생을 길게 봤을 때는 좋은 약이 된 시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삶의 극적인 변화 속에 지난 시간들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이뤄내야 한다는 관성이 남아있어 그렇지 못한 몸상태와 '모순의 시간' 속에 살았다. 그 터널을 지나면서 오히려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바뀌었고, 가족을 최우선하는 우선순위가 명확해졌고, 차분히 목표에 집중하는 삶의 길을 찾게 되었다. 즉, 이 질병은 젊음에 취해 날뛰던 나에게 모든 시끄러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러자 온전히 나만의 시간들이 확보되었고, 그 시간에 들뜸의 성장이 아닌 쌓임의 성장을 맛볼 수 있었다.
바뀐 삶의 패턴은 아래와 같다.
1. 18년부터 1년간 술을 끊었었다. 좋아지는 것 같아, 19년에 술을 딱 한번 먹고 합병증(크론) 증상이 매우 심각하게 생겨 다시 끊고 지금까지 제로맥주만 먹는다. 완전한 금주가 4년 차이다. 술을 끊으니, 머리가 맑다.
2. 모임을 끊었다. 18,19년까지는 몸 회복이란 핑계로, 그 이후에는 코로나로 자연스럽게 모임이 줄어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중심(연락책)이 되었던 모임이 많다 보니 내가 노력할 수 없게 되면서 모이지 않게 됐다. 어쩌다 있는 모임을 나가도 극심한 피로로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술을 먹지 않으니, 텐션이 혼자 높아지지 않는다. (텐션이 낮은 삶을 살아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반대로, 모임이 줄었다는 것은 나에게 쓸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독서로 채우기 시작하면서 긍정적 변화가 생겼다.
3. 방송을 거의 보지 않았었는데, 외부의 시간이 줄어듦과 동시에 늘어난 개인시간에 미디어가 채워졌었다. 모순의 시간이 지속될 때는 미디어에 취해, 새로운 도전을 못하는 나를 외면하며 비난했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자연스레 육아로 채워졌고, 이후 틈틈이 독서로 채워졌다.
4. 격렬한(?) 운동인 트레일러닝과 축구 등을 즐겼으나, 이제는 외부충격을 받지 않은 필라테스만 한다. 척추의 유연성을 키우면서 몸 부위부위마다 적정한 고문(?)을 하는 시간을 통해 건강함을 느낀다.
5. 매일 4~5시간 자며 열심히 무엇인가 했던 청춘은 끝났고, 최소 7시간 이상씩 자는 삶을 살아간다. 수면부채를 쌓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피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잠을 충분히 잔다고 피로감이 없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나, 오래가기 위해 잠을 줄이지 않는다.
6. 매주 자가주사를 맞는다. 허벅지에 직접 주사를 맞는다는 게, 매번 적응이 안된다. 하지만 주사를 맞고 나면 통증 관리가 용이하고 약을 먹을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통증 대비한 약도 가지고 다닌다.)
7. 하려는 의지와 못 버티는 몸, 강하다 믿는 자아와 나약한 정신이 싸움을 자주 한다. 결론은 무엇인가 하려 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자로 끝난다. 그러다 보니 육아몰입도가 좋다.
8. 와이프는 환자에게 사기결혼 당했다고 하고, 난 결혼하서 아프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집 밖에 돌아다니는 극 ENTP의 남자가 집돌이가 된 것에 매우 좋아한다.
평생 동행해야 할 질병임을 알게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됐다. 그 시간이 지나가고 나니, 오히려 고요하다. 때때로 올라오는 과거의 관성과 무엇인가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만, 그런 감정을 잘 다루려고 하고 있다. 웃기게도, 이 심심해진 시간 속에 아들 둘이 태어났다. 아들을 보며 삶을 돌아봤을 때, 강직성척추염은 청춘에 취해 날뛰던 내가 가정에 충실하라고 신이 내린 탈피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강직성척추염의 치료
1. 약물요법
강직성 척추염을 완치시키는 약물은 아직 없다. 그러나 약물요법은 운동요법과 함께 시행할 경우 상승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꾸준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에 큰 문제가 없도록 할 수 있다.
강직성척추염에 쓰는 약제로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와 항류마티스 약제, TNF 차단제 등이 있다.
2. 운동요법
운동은 환자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척추 변형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방법이다. 허리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체조와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허리와 목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통해 자세를 유지하고 뻣뻣함을 줄일 수 있다. 유산소 운동은 흉곽 운동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하므로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그 중 수영을 규칙적이 하는 것이 추천되며 신체 접촉이 있는 과격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뻣뻣함 때문에 운동하는 것이 힘들 경우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여 관절과 근육을 이완시킨 다음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증상이 악화되거나 척추경직이 증가하면 특수한 물리치료가 필요하다.
3. 수술
강직성 척추염은 전신성 염증질환이기 때문에 수술로 완치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척추나 다른 관절의 변형이 심하여 생활에 큰 불편이 있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척추 수술은 매우 위험하므로 수술과 합병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외과의사에 의한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