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후, 1년간 술을 먹지 않았다. 주사를 꾸준히 맞으면서 관리가 잘되나 싶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가는 중에 임원들과 술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PM인 나는 이 프로젝트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임원들과의 자리에서 아주 오랜만에, 원 없이 술을 먹었다. 1년 정도 금주했고, 몸관리도 필라테스로 꾸준히 하고 있던 터라, 괜찮을 줄 알았다. 그날이 합병증의 시작일줄을 생각도 못했다.
다음 날, 1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술취한 다음 날의 거북함을 안고 회사로 출근했다. 그리고, 바로 조퇴했다. 극심한 발열 증상과 동시에 항문 쪽이 너무 아팠다. 급하게 항문외과를 찾았고, '치루'소견을 들었다. 수면마취를 해서 염증을 빼내고, 이렇게 일단락하는 줄 알았으나,,
바로 2일 후, 다시 또 발열과 동시에 항문의 다른 곳이 부어올랐다. 또다시 수면마취와 치루 치료.
그리고 1주일 후, 또 같은 증상으로 또 수면마취와 치료.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 대학병원급으로 갔다. MRI를 찍고 또 수술. 이렇게 나는 1개월 동안 수면마취와 치루 수술을 4번을 받았다. 그리고 6개월 후 1번 더 받았다.
'치루'수술. 어디서 말하기 부끄럽고 아주 생활에 지장을 많이 주는 병이다. 항문이 불편하니 먹는 것도, 싸는 것도, 앉는 것도, 걷는 것도 불편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불편하고 무서웠던 것은 단기간에 여러 번 수술을 받으면서 생기는 건강우려, 공포증. 몸에 염증이 끊이질 않아 '항문크론'이 우려된다는 병원 소견. 강직성척추염 환자 중에 일부는 크론병 합병증이 생긴다는 의사 선생님의 설명.
아들이 겨우 150일이 되었을 즈음, 나는 척추와 장에 염증이 가득한,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고 있었다. 육아로 힘든 와이프에게는 비밀이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고, 두렵고 아픈데, 누구를 만나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한의치료를 받겠다고 3개월간 500만원을 들인 적도 있다. 매일 반신욕과 한약, 그리고 육식을 절대 하지 않고 해산물만 먹는 식단. 그 3개월 동안 나는 70KG에서 57KG이 됐고, 치루 수술로 제대로 앉지 못해 회사에서도 서서 일하는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휴직은 권장했지만, 일조차 안 한다면 정말 무너질 것 같았다.
강직성척추염의 논문을 있는 대로 찾아봤다. 내용이 어렵지만 내가 맞는 주사 '엔브렐' 부작용 중에 크론병이 생길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 (엔브렐 대신 휴미라를 맞으면 된다.) 혹은, 강직성척추염이 염증질환이다 보니, 어떤 형태의 염증질환도 합병증으로 잘 나타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혈중 염증지수가 높다 보니 당연한 결과이다.
이 합병증 이슈로 1년간, 말 그대로 너무 힘들게 보냈다. 살은 빠질 때로 빠지고 무기력하고,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기도 힘들었다. 그 한 번의 술자리, 딱 그 하루만 참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남았었다. 매일 병원에 가서 항문을 치료받는다는 수치심을 차치하고, 그냥 다시는 무엇이든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왔었다. 이런 시간들이 지나고 나니, 삶을 대하는 생각과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이는 사후적 해석일 뿐이다.
당시에는 정말 너무나 힘들었다. 한 주는 류마티스내과로, 다른 한 주는 대장내과로. (정말 다행히 몸은 천천히 회복했고, 크론병은 의심소견이었지만 결국 회복되면서 확진이 되진 않았다.)
# 강직성척추염의 합병증
강직성 척추염은 여러가지의 혈청반응음성-척추관절염(seronegative spondyloarthropathy)성 질병들 중 하나이다. 관련된 다른 척추관절염으로 반응성 관절염(reactive arthritis/Reiter syndrome), 건선성 관절염(psoriatic arthritis),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과 관련된 관절염 및 미분화척추관절병증이 있는데, 이 질환들이 공유하는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최근에는 말초성 척추염과 축성 척추염으로 나눈다.
혈내 음성의 류마티스 인자(negative RF)
HLA-B27 유전자와 관련성 - 가족력이 보여진다.
빈발성관절염(oligoarthritis) - 5개 이상의 비대칭적(asymmetric) 관절염 증상이 나타난다.
부착부염(enthesitis) - 건(tendon)이나 인대(ligament)가 뼈와 부착되는 부위에 염증이 발생한다.
축관절(axial) 및 천장관절(sacroiliac joint)에 염증성 관절염이 나타난다.
관절 외 증상(extra-articular features) - 주로 안구, 피부 및 생식기 기관 등에 증상이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