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돈 안되는 소소한 기획 이야기

by 히브랭

# 그래서 돈이 됐어?


"그래서 돈이 됐어?"

이 질문하나면 끝난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부정당한다. 지금의 나는 자본주의와 돈에 대해 수십권의 책을 통해 공부하고 있고, 운이 좋아 내집마련과 꼬마빌딩을 통해 돈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지만, 과거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돈,돈 돈' 하면 뭐랄까,,, 수준 낮은 삶이라 생각했다. 더 고차원적인 무엇인가를 따라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며 살았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모태신앙의 영향일 수 있고, 30년째 매일 새벽 4시에 기도드리러 성당을 가시는 엄마의 영향일 수도. 혹은 물려받은 경제적청사진 때문일 수도 있다. 쨋든 과거의 나는 좋게 말하면 순수한 청춘, 열정의 상징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바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절대적인 보상(돈)이 있어야 지속가능하고, 그 지속가능함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것을. 정이 재화가 되지 않는다면 그 끝은 아쉬움만 남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진리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이런 단순한 절대 진리를 깨닫기전까지 난 공헌 프로그램같은 것에 취해 있었다. 이유 모를 사명감으로 끊임없이 찍어냈다. 사를 다니며 나의 시간, 나의 돈을 썼다. 그렇게 해왔던 개인프로젝트가 약 30개이다. 그중에 기억하고 싶은 기록을 남긴다. 비록 돈은 안 됐지만, 그래도 내 청춘을 투자했던 것들이니. 때로는 장애인들을 위해, 정기기부 캠페인을 위해, 국가를 위해 노력을 했다. 그렇게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추억들에 감사하다.




# 기획에 대한 집착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했다. 대학교 때는 방송부, 창업동아리, 축제총기획, 공익캠페인, 주일교사 등의 동아리 활동을 하며 빈틈없이 무엇인가 했고, 직장인 돼서는 사람들을 모아 짧은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했다. 자연스럽게 HR업무를 하면서도 HRD / 조직문화쪽에 적성이 잘 맞았다. 심지어 MT나 회사워크샵을 해도 남들과 다르게 하고 싶었다.


회사 초년차에는 기획에 관련된 책을 보이는대로 읽었다. 그중에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노란색 표지의 '기획은 2형식이다. - 남충식 저' 책은 다양한 기획활동에 지침서로 수차례 읽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 시간, 내 돈을 들여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어느 특강강사(당시 유명한 제일기획 디렉터) 말에 꽂혀 13년부터 19년까지 쉬지 않고 했다. 일부는 사업화시켜서 외국에서 4000명 이상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글로벌빅이벤트를 펼쳤고, 국가에서 주는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아쉽게도 19년 이후에는 심한 번아웃과 강직성척추염, 그리고 육아로 가치관이 많이 바뀌어 더 이상 이런 활동을 하지 않지만, 그때를 추억하면 짜릿함이 남는다.


지나고 보니, 수 천명의 큰 행사나 수 명의 작은 행사(워크숍 같은)나 본질은 똑같다. 그들은 무엇을 원할까, 어떤 컨셉으로 갈까, 어떤 것을 하나 더 얹으면 달라질까에 대한 고민. 그리고 큰 행사가 주는 요란스러움보다 오히려 수십명이 느끼는 진한 감동이 더 가슴에 남는다는 사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게 업이 아니라, 나의 취미생활이자 사이드프로젝트였다는 것.


소소한 기획력은 살면서 굉장히 쓸모가 많다. 작게는 아내에 대한 서프라이즈부터, 크게는 장애우 부모님의 감동까지 이끌어내는 그런 소소한 기획력들은 삶을 풍성하게 해 주었다. 이런 소소한 기획은 이제 아들들과 만들어갈 세상에서 정말 많이 쓰일 것이다.


아들들에게 나중에 보여주기 위해, 남기는 직장 10년 동안의 사이드프로젝트로 했던 소소한 기획에 대한 추억들을 글로 남긴다.


P.S 누군가는 직장인 10년 투자 후기를 쓰며 큰 발자취를 남기곤 하는데, 난 소소한 나만의 감동뿐인가 싶기도 하다가도 전혀 후회 없는 그런 벅찬 삶들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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