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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Jun 16. 2022

복부 수술 후의 호흡 재활

심호흡과 폐활량계와 기침

"어르신 수술이 끝나고 나오시면 우선 심호흡 잘하셔야 해요. 그리고 다음 날부터는 공들이 마시는 기구 드릴 테니까 잘하셔야 하고 기침, 가래도 잘 뱉어 내셔야 해요."

"기구 받아서 해보니까 힘들던데... 수술하고 배 아픈데 잘 될까 모르겠네."

"배가 아파서 힘드시면 진통제 맞고서라도 열심히 하셔야 해요."

"네 열심히 해볼게요."

"수술은 최선을 다해서 해드릴 텐데 수술하고 회복하시는 동안 어르신도 심호흡이랑 공 들이마시는건 잘해주셔야 해요. 그건 저희가 대신해 드릴 수 없는 거니까 어르신이 잘해주셔야 해요."


수술 동의서를 한번 받아 보신 분이라면 위와 같은 설명이 익숙할 것이다.

나 역시도 동의서를 받으면서 전신마취 후 회복을 위해서 호흡 재활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호흡 재활은 왜 중요한 것일까? 왜 그렇게 외과 의사들이 강조하는 것일까?


전신마취는 마취제를 사용하여 수술하는 동안 환자의 의식이나 운동, 감각 소실을 유발하여 수술하는 동안 환자의 신체징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운동의 소실로 인해서 자발 호흡이 어려워 기도삽관 및 인공호흡기 연결을 통해서 산소공급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다. 마취가 끝나고 나면 발관을 하게 되고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발 호흡을 하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폐의 일부가 팽창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부피가 줄어 무기폐가 발생하게 된다. 수술 후에는 우선 심호흡을 하시도록 설명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선 자발 호흡을 잘할 수 있도록 하고 흡입되는 공기의 양을 늘려 폐의 부피를 늘려줄 수 있다. 수술 후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고 나면 폐활량계 (Inspirometer)라는 기구를 이용하여 호흡재활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게 되면 폐활량계의 공이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에 따라 높이 올라가서 흡입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역시도 줄어든 폐의 부피를 늘리고 팽창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무기폐는 수술 후 3일 정도까지 발열의 원인이 된다. 무기폐가 지속될 경우 쪼그라든 폐부위에서 분비물이 배출이 되지 않으면서 폐렴이 발생할 수 있고 산소 공급이 충분치 않아 호흡곤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술 후 기침과 가래를 잘 뱉어 내시도록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침은 공기를 충분히 흡입을 한 후 배출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폐 안에 쌓여있는 분비물을 배출함으로써 폐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노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 폐렴이 발생할 경우 호흡이 어려워져서 기도삽관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전신에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게 되고 수술부위의 허혈을 유발하여 합병증의 빈도가 증가하게 된다. 기도삽관을 하게 되면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여 중환자실에서 치료할 수밖에 없어 회복을 늦추고 입원기간도 길어지게 된다. 폐렴 자체 만으로도 수술의 사망 위험성은 높아질 수 있다. 복부 수술 환자의 경우 절개창에 의한 통증으로 복부에 힘을 주기가 힘들어지면서 심호흡이나 폐활량계를 통한 호흡재활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럴 경우 적극적인 통증 조절을 통해서 호흡재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재활은 수술 후에 발생하는 폐와 관련된 합병증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흡재활은 수술한 환자뿐만 아니라,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도 중요하다. 특히 최근까지 흡연을 했던 환자라면 수술 전 금연을 기본으로 해야 하고 수술 전에 폐활량계를 활용하여 미리 준비하는 것도 수술 후 폐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간혹 정말 호흡재활이 잘 안 되는 분들이 계시면 폐활량계를 활용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아프다고 하셔도 계속하시도록 격려한다. 통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호흡재활은 중요하다. 그래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리고 회진 때마다 항상 묻는다.


"오늘은 공 들이마시는 거 열심히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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