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슴 Oct 13. 2021

그렇게 계속 군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넷플릭스 <D.P.>에 대한 소고

※ 이 글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면 결말이 예상된다. 경험상 무슨 이야기를 하든 '내가 이렇게 힘들었다'로 흐른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다. 본인이 고생했으니 인정받고 싶다는 감정이 정당하다는 확인을 받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정당하다. 그러나 거기서 끝인 것은, 한국 군대가 생긴 지 70년도 지난 지금까지도 개인의 감정 배설 및 인정 욕구만 해소하고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은 문제다.


D.P. 는 한국 군대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것이 '우리'의 문제임을 자꾸 환기시킨다. 탈영병들과 그 가족 및 주변인들의 사정을 보여주며 이입시킨다. 군대 내 다른 부대에서 병사들이 뉴스를 시청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드라마 시청자 중 같은 현역 병사들에게 '우리'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전역 후에 사회 나와서도 군대에서 겪었을법한 말투와 상황들(황장수의 편의점 알바 씬, 경찰들의 대화 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시켜준다.


동시에 D.P. 는 변화를 위한 '행동'을 요구한다. '변화시키려면 뭐라도 해야지'라는 대사가 반복된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는 자살 병사 유가족의 바람을 들려준다. 드라마 말미에는 마지막 그 사건 이후에도 대대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병사들과, 그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안준호 이병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조리를 옆에서 다 보고 있었으면서도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조석봉의 외침과 동생이 괴롭힘 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는 신우석 병사 누나의 말은 뼈아프다. 나는, 그때 그곳에 있던 나는, 피해자이기만 했을까 하는 반성. 그리고 전역했으니 남일이며, 내 힘든 과거 얘기만 할 줄 알았던 내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


군대를 거쳐온 우리는, 지금의 군인들과 미래의 군인들까지도 과연 '우리'라 느끼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뭐라도 바꾸기 위한 '행동'은 누구의 몫일까?


<D.P.> 스틸컷


매거진의 이전글 편견과 차별에 대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