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면허기준 상향…‘안전 강화’ vs ‘시장개입’

항공당국의 신규 LCC 면허요건 기존 상향, 어떻게 봐야 할까

by 푸른끝

지난해 국내 항공 교통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하늘길이 붐비고 있는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의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LCC 면허를 위한 등록 자본금과 보유 항공기 대수를 상향한 데 따른 것으로, 그간 면허 취득을 준비해온 지역 거점 항공사 플라이양양·에어로K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토부는 최근 ‘항공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과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번에 마련된 개정안을 보면 2008년 완화했던 면허요건 기준을 다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본금의 경우 15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항공기는 3대에서 5대로 늘리는 것이다. 여기에 인력확보계획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명문화가 이뤄진다. 개정안은 다음 달 20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관계기관 협의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7월쯤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LCC 신규 설립 시 면허 획득과 운항증명, 운항 착수 등 초기단계에 3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 허가를 받은 LCC의 경영이 부실할 경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무리하게 기재와 인력 등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안전 우려와 서비스 품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 같은 국토부의 입법예고는 현재 LCC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신규 항공사가 시장에 들어오더라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자본과 기재를 보유하고 있는 LCC에 한해서만 설립허가를 내주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입법예고 배경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면허기준 강화를 통해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안전 확보와 신규 LCC 경쟁력 확보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항공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비해 항공시장이 크지 않은 국내 특성상 6개의 LCC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다른 나라의 경우 미국 9개, 영국 8개, 일본 8개, 독일 2개의 LCC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신규 LCC의 진출을 막는 진입규제로도 비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면허 취득을 준비해 왔던 플라이양양의 경우 조건 상향으로 인해 자본과 기재 모두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은 국내 여건 상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한 에어로K의 면허 취득도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하늘길이 여전히 좁아진 것은 물론, 양양공항과 청주공항 등 지방공항 활성화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지방공항 활성화와 노선 다변화 등을 꾀하고 있는 강원도와 충청북도 입장에서 이번 국토부의 입법예고는 신규 LCC 설립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높아지는 하늘 길 문턱을 놓고 안전관리 강화와 무리한 시장개입이라는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국토부 의뢰로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면허 및 사후관리 전략연구’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LCC 면허요건 기준 상향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 잘 나타나 있다. 이번에 마련된 개정안 역시 이 연구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국내 항공운송시장에 대해 2개의 FSC(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와 6개의 LCC(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진입으로 제주 노선과 국제선 중단거리 인기 노선 중심으로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이들 항공사를 비롯해 향후 신규 항공사 진입으로 항공기 도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LCC 진입 유도 정책이 추진됐던 예전과 다르게 현재 급격한 공급은 물론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이를 수용하는 공항 인프라에 한계가 있는 데다 운수권·슬롯 부족, 조종사 해외 이탈 등으로 인한 인력 부족, 공역 한계 등으로 인해 면허제도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자연독과점 형태를 띠고 있는 항공운송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만큼 시장기능 실패 가능성이 높은 데다 신규 진입 및 사후 관리제도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어 시장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입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기존 시장을 정체시키거나 시장 기능을 교란하지 않도록 균형적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의견 수렴에 기반해 사회적 합의에 대한 절차적 타당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소형항공운송사업 등록요건을 낮춰 지역 기반 LCC 설립 수요를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와 같은 소형항공으로 흡수할 것을 제언했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지방공항 활성화와 지역 주민 이동권 증진 등의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LCC에 대한 면허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기존 FSC·LCC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부실한 사업운영계획 수정 권고와 퇴출 실효성 강화, 면허 갱신 제도 검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정리하는 글에 이어 개인적인 의견을 더하자면, 이번 국토부의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더욱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항공산업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항공기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과당경쟁을 사전에 막고, 항공안전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시장에 더 많은 LCC가 들어오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커지는 것은 물론,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LCC가 6개에서 7개, 8개로 늘어나는 것을 반기는 국민들도 많을 것이다. 여기에 지방공항 활성화와 지역주민들의 하늘 길이 넓어진다는 점까지 생각해 보면, 의견 수렴 대상의 폭이 더욱 넓어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지난해 LCC를 타고 일본 후쿠오카로 가던 도중에 촬영한 하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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