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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May 23. 2018

고통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염증'을 견디며 드는 생각

며칠 전부터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하더니, 그다음엔 침을 삼키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금세 벌어진 일이다. 비 날씨가 이어지면서 미세먼지가 줄어들었다. 그게 너무 좋은 나머지 창문을 열고 잠을 청했는데 밤바람이 차가웠던 탓이다. 염증이 생긴 아침, 집 가까이에 있는 약국에 들러 약을 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는데도 목 통증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병원에 갔다. 웬만해선 병원을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진료를 받아, 인후염을 완화하고, 콧물을 멈추게 하는 약을 처방받았다. 진료를 본 의사는 한 이틀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 목감기는 좋아졌지만, 반대로 코감기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목에 달려 있던 염증이 코로 치환된 셈이다. 묽었던 콧물은, 금세 누렇게 변했고, 비강은 염증으로 가득 찼다. 여기에 기침까지 동반됐다. 그러다 보니 숨 쉬는 것이 힘들어졌다. 인후염이 사라진 대신 비염이 날 더 괴롭게 만들었다. 염증으로 고생하는 요 며칠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했다. 염증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를. 염증으로 인한 확산 효과는 다음과 같다. 염증은 치명적인 병은 아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준다. 우선 반복의 고통을 안게 된다. 이것은 필연적이다. 목 염증은 침을 삼킬 때 고통을 동반한다. 코 염증은 묽거나 끈적이는 콧물을 지속적으로 흐르게 만든다. 휴지로 자꾸 흐르는 콧물을 닦을 때마다 코가 허는 걸 느낀다. 이게 반복되면 취중일 때처럼 빨개진 코를 보게 된다. 이러한 필연적 증상은 결국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만다. 자꾸만 약에 기대는, 스스로를 보면서 나약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덤이다. 치료를 받지 않거나 약이 없으면, 한낱 아픈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삶의 질이 떨어지면서, 동기부여가 사라지고 무기력함을 안겨 준다. 염증으로 인한 불행한 나비효과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염증이 없던 때를 회상한다. 아주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하면 정말 큰 행복이기도 하다. 반복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데다, 동기부여가 생기고 스스로를 활발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생겨나는 소중함은, 결국 그것을 느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된다. 작은 것에서 소중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정말 빈말이 아니다. 이러한 공식이야말로 행복을 찾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근원이다. 오늘 한 가지 마음을 먹었다. 이번 염증이 다 나으면, 예전보다 좀 더 행복하게 살기로. 고통이 가져다준 산물이다.


사진=맑았던 도쿄의 하늘. 내 몸도 하늘처럼 맑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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