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대면

by 희야


비대면 / 희야



점점이 박힌 나이테

수정꽃같이 해실한 마중에

닫혀버린 창마저 애달퍼라

마주한 거미줄 같은 손금

헤아려 본들 채워질 길 없는 그리움

흘려본들 흘려지지 않는 고약함이

한없이 저려오는 찰나의 시간


가거라

가거라

내 집인 양

허공을 가르는

백수(白壽) 젖은 손끝에서

불 꺼진 케이크가 녹아내린다


잘게 들썩이는 그림자

한 갑자도 더 흐른 세월인들

그 불효 감해질 리 없으리나

시모(媤母) 찬란함에 눈이 시리다

디딘 앞뜰엔 함박눈이 소복하다




시어머니에 관한 글로 연재를 마치고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후로도 여전히 간식가방을 챙기고 올겨울 유행템이라는 꽃조끼도 사서 어머니를 만나러 다. 보고 싶었다, 와줘서 고맙다는 그 인사는 변함없건만 갈 때마다 덮여오는 검버섯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걸 아시는지 모르는지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어머니가 오늘도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스럽다. 극성스러운 독감으로 비대면으로 바뀌어 버린 면회시간. 시간에 쫓기며 먹여드리던 몇 입 안 되는 간식마저도 단절되어 버리고 창너머로 애달프게 마주쳐보는 손바닥이 그저 아쉽기만 다.


언제나 마른 내 손을 꼭 잡고 얼굴에 비비시던 어머니, 그마저도 막혀버리니 화가 나신 듯, 골이 나신 듯 온 얼굴을 찌푸리시더니 힘들게 그만 서 있으라며 돌아가라 재촉하신다. 어머니도 나도 늙어가지만 그 죄송함은 내 몫이리니. 금세 지나가 버리는 30분의 짧은 면회시간, 만지고 또 만지며 온기로 그리움을 채우셨던 걸까. 차라리 눈물이라도 흘리시지, 그 마저도 안되는지 메마른 얼굴로 돌아서시려는 어머니. 옆에서 돌봐주시던 관계자분께서 넌지시 말을 건네주셨다.


백세가 넘으신 분들께서 모두 떠나시고 이제 어머니께서 최고 연장자가 되셨다며 이곳의 터줏대감인양 자랑삼아 말씀해 주셨다. 아, 이래서 더 당당해지신 걸까. 자주 온전치는 못해도 착한 치매로 온순하시기만 한 어머니. 백수가 되심을 축복하며 왕고참의 그 시간들이 오래도록 찬란하게 빛이 나길 기도 또 기도드린다.

소복이 내린 눈만큼 저도 사랑합니다.♡


* 백수(白壽) : 99세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