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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몰라 몰라....

멤버십에 대한 구차한 변명

by 희야

때로는 모른다고 해버릴 때가 간단하고 선명할 수 있다. 더구나 이것일까 저것일까 망설여질 때는 더욱더 그 말이 좋아져 버리곤 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하겠다고 결정이 되면 그 말은 멀어져 버린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멤버십제도를 7월 1일부로 신청자에 한하여 선택할 수가 있게 되었다. 많이 망설였다. 첫 번째는 내 글이 누군가 비용을 지불하고 볼만큼 잘 쓴 글일까. 아무리 뻔뻔하려 해도 도저히 예스를 외칠 수가 없다. 두 번째는 2년 동안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이 브런치 스토리에서 내 마음대로 글을 쓰고 소통을 하며 잘 놀았다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서 아무리 시소를 타보아도 첫 번째로 기울기만 했다. 그럼에도 개운치가 않았다. 그런데 대놓고 표식까지 달아주어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내가 뭔 짓을 한 거지?


아무리 몰라 몰라... 선우용녀 배우처럼 모른 척하려 해도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고 있다는 그 사실이 불편하게만 다가왔다. 쉽게 말해 공짜로 쓰는 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가 주었다고 해서 꼭 그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바로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다. 다만 2년 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았고, 이곳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 문득 빚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나 나름대로의 원칙을 정하고 말일경에 멤버십을 신청했다. 하지만 또 망설여졌다. 차마 계좌연결을 할 수가 없었다. 응원하기를 안 했던 것도 내가 받게 된다면 분명 누군가에게도 주고 싶을 텐데, 그럼 어느 기준으로 누구에게 주고 얼마를 줄 것인가. 이런 복잡한 것들이 내게는 불편하게만 다가왔다. 거기에다 우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 크든 작든 지금 이대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변화를 원치 않는 것도 한몫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고도 목에 걸린 가시처럼 편치 못하였다. 어차피 하기로 마음먹었던 거 마무리 짓자는 쪽으로 결정을 해버렸다. 멤버십 규정에 의하면 <멤버십 작가는 “멤버십 구독 상품”의 판매, 운영을 위해 “멤버십 콘텐츠”를 매월 1 개 이상 “브런치스토리”에 게재해야 합니다. 이때 ‘매월'은 매달 1 일부터 말일까지를 의미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매월 한 번은 멤버십을 적용한 글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푸드크레이터인 나는 음식에 관한 글을 쓰면서 여러 곳에 노출이 되었고 외부의 독자들이 구독을 많이 눌러주셨다. 그런데도 요즘 시를 쓴답시고 요리에 관한 글을 통 올리지 못했기에 그분들을 위한 글을 써서 올리는 쪽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께서 지불까지 하며 내 글을 볼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진심을 담아 열심히는 써 보려고 한다. 어쩌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절대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 브런치에 최소한의 정성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분명 능력 있는 작가님들께서 수익창출에 앞장서실 것이기 때문에 다른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글까지 써 놓고도 불안한 건 사실이다. 이미 저질러진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괜한 짓을 한건 아닐까. 좀 더 버텼어야 했는데 너무 쉽게 무너졌나. 여전히 갈팡질팡. 몰라 몰라 몰라는 이제 물 건너 간지 오래이건만. 속 꽤나 끓이던 연재도 마무리되었고, 이미 이번에 올릴 글도 써 놓았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 보자고 스스로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해본다.



아니 멤버십을 한다고!

왜 그랬는지 놀라실까 봐 줄줄이 써봤습니다. 다른 뜻은 결코 없노라고.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저의 글은 마법처럼 한 달에 한 번 멤버십이 적용된 글이 발행될 예정입니다. 그 외에는 예전과 같이 동일하게 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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