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인데 뭘 해 먹지 5
정작 두바이에 없다는 두쫀쿠가 한동안 열풍이었다. 두바이 초콜릿에서 영감을 받아 2024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두바이 쫀득 쿠키. 곳곳에서 오픈런과 먹방이 이어지는 모습이 연일 화제였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최애 빵인 호두 식빵과 두쫀쿠를 두 개도 아닌 딱 한 개를 구매했다. 당을 급속도로 올리는 마시멜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작은 디저트 한 알이 6,300원이라니 거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잘라서 먹으려다 이미 먹어 보았다는 훈이, 윤이었지만 목에 걸릴것 같았다. 사이좋게 4등분으로 나누어 먹었다. 어찌 보면 궁색해 보일 수 있으나 한때의 유행에 휩쓸려하는 소비는 절약을 입에 달고 사는 나와는 맞지 않는다. 훈이, 윤이가 원하는 것이면 달이라도 따다 줄 판이지만 필요치 않은 불은 켜지도 말고, 빈 방의 불은 제발 꺼다오. 물도 조금만 틀고 아껴 써야 한다. 잔반이 없어야 지구에서 오래 살 수 있다는 그 잔소리만큼은 멈추지 않는 나다.
그래서인지 두 아이는 지난 명절에 꽤 많이 받은 세뱃돈도 본인 통장에 모두 입금했다. 풍족하게 사놓은 간식도 통째로 먹지 않고 형제가 나누어 먹거나 아껴 먹는다. 지갑에 몇만 원씩 있어도 아까워서 절대 못 쓰는 아이들이다. 딸도 그렇다. 오죽하면 내가 제발 화장품도 세트로 사놓고, 옷도 백화점 가서 사 입으라고 잔소리했을까. 그럼에도 갈 시간이 없다며 인터넷으로 사 입으니 내 맘에 들 리가 없다. 사위도 마찬가지다.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고, 통근버스를 타고 다니며 알뜰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래도 내가 아끼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식재료다. 한겨울이라 채솟값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거의 매일 신선한 채소를 사들이고, 먹고 싶은 메뉴라면 기꺼이 가격 따지지 않고 만들어준다. 마침, 알배기 배추가 세일에 들어갔다. 한 통에 1,990원, 가격까지 친절하니 사지 않을 수 없다. 다섯 통을 샀다.
설 명절에 김치만두를 했더니 김장김치가 훌쩍 줄었다. 한여름까지 먹으려면 다른 김치가 그 자리를 간간이 채워줘야 한다. 하여 열무김치를 담그기 전에 알배기 배추로 아삭하고 시원한 훈이, 윤이도 잘 먹는 백김치를 담가보기로 했다.
알배기 배추 5포기, 중간 크기 무 1개, 작은 당근 1개, 오이 1개, 쪽파 1주먹, 양파 1개, 간 마늘 3수저, 생강 1수저, 홍고추 1개, 찹쌀 풀 1공기, 육수 5컵, 배즙 1봉지, 사과즙 1봉지, 매실청 2수저, 천일염 2컵, 알룰로스 1수저, 멸치액젓 2수저, 구운 소금 2수저 반.
1. 알배기 배추는 열십자 4등분으로 잘라 물에 한 번 씻어주었다.
2. 물 2리터에 천일염 1컵을 풀고, 또 1컵은 배추 사이사이에 조금씩 뿌려 절였다.
3. 먼저 식혀야 할 찹쌀풀을 쑤고, 황태, 멸치, 다시마, 냉동실에 모아둔 표고버섯 밑동을 넣어 육수를 끓였다. 싸지 않은 표고버섯에 욕심이 많은 편이다. 대형 농산물 식재료 마트에서 많은 양을 저렴한 가격으로 한꺼번에 구매하여 밑동은 육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따로 보관하고, 나머지는 지퍼백에 담아 냉동시킨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4. 냉장고에 남아 있던 오이 1개도 열십자로 잘라 소금에 절이고, 쪽파 한 주먹도 2센티 길이로 잘라주었다(오이는 없으면 안 넣어도 되지만, 익었을 때 바로 먹으면 그 상큼함이 배가 되니 2개 더 사다 넣음).
5. 당근과 무는 오래 두고 먹을 것이 아니라 곱게 채 썰었다. 적당히 자른 양파, 생강, 마늘과 배즙, 사과즙도 믹서기에 같이 넣어 갈아서 고운체에 걸러 주었다. 걸러 주면, 국물이 깔끔해진다. 뒤늦게 냉동실에 있던 홍고추 2개를 꺼내 어슷 썰어 씨를 빼고 새빨간 고명으로 준비했다.
6. 점심을 먹고 오니 1시가 넘었다. 두께가 얇은 알배기 배추라서 4시간 정도 절임으로도 충분했다. 아삭한 식감을 위해 바로 헹구어 물을 빼주었다.
7. 물이 빠지는 동안 속을 만든다. 넓은 통에 재료들을 모두 넣고 구운 소금 2수저 반과 멸치액젓 2수저, 매실청 2수저, 알룰로스 1수저를 넣어 간을 맞췄다. 바로 먹을 거라 짜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맛에 따라 부족한 간은 소금과 감미료를 더해 주면 된다.
8. 물이 적당히 빠진 배추 사이사이에 양념을 조금씩 넣어 주고 오이 속도 채워준다. 대추와 밤을 넣지 않았지만 깔끔하니 먹음직스럽다. 김장김치가 조금은 지루해지고, 알배기 배추가 있을 때 한 번 담가보면 한층 더 상큼한 봄이 입안으로 먼저 오지 않을까.
김치를 담그는 날은 외식하는 편이다. 김치에 식사 준비까지 하려면 힘에 부쳐서다. 마침, 2년 동안의 고생 끝에 MBA 과정을 무사히 마친 사위의 졸업 축하 겸 집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회사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휴일도 없이 밤잠을 줄여야 했던 날들이었다. 나도 딸도 힘들었다. 주말이면 집 안 대청소를 해주던 사위가 손을 놓으니,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한둘이 아녔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훈이, 윤이도 주말 동안 온전히 딸의 몫이 되곤 했다.
훈이, 윤이도 아빠와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서로가 이해하고 도우며 보낸 2년이어서 더욱 값진 졸업이었다. 졸업도 하고 명절도 보내고 방학도 끝나서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설 명절이 지나고 세배 온 조카 부부가 오픈런을 하여 사다 준 두쫀쿠 세트를 열었다. 조카사위가 써 준 편지를 다시 보며 울컥했다. 외동이라 어디 가서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연신 고마워하던 모습이 떠올라서다. 훈이, 윤이와 함께 오픈런을 해야 할 만큼 맛이 특별하다는 두쫀쿠를 먹으며 길었던 겨울방학과도 안녕했다. 며칠 후면 새콤하게 익은 알배기 배추 백김치, 미식가인 훈이의 맛 평이 궁금해진다(길었던 겨울방학 동안 끼니 차리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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