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인데 뭘 해 먹지 4
명절 잘 보내셨을까요.
이번에도 나는 줄인다고 안 한다고 하면서도 할 거 다 하느라 고된 명절을 보냈다. 그래도 기쁘다. 우리 딸, 아들을 포함하여 20명이 넘는 식구들이 둘러앉아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는 2026년의 잊지 못할 설 명절을 보내서다. 더구나 며칠 전에 갑작스러운 조카의 결혼 소식으로 어느 해의 명절보다도 풍성하고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명절 3일 전이었다. 둘째 동서가 들뜬 목소리로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며 전화가 왔다. 둘째 딸이 결혼식장을 정했다는 소식이었다.
어머나!, 어머나!
세상에 이런 명절선물은 없을 거라며 동그랑땡을 부치던 뒤집개를 들고 어깨춤을 추었다. 혼기가 되었음에도 삼 남매 중 결혼하겠다는 자식이 없다며 애태우던 동서였기 때문이다.
동서는 얼마 전에야 둘째 딸이 3년씩이나 사귄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여 두 청춘남녀를 불러 형님이 하던 대로 했다고 말했다. 웃음이 터져버렸다. 우리 윤이가 벌써 6학년이 되니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딸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었다. 연애는 하되 결혼까지 생각하는 경우에만 상대의 얼굴을 보겠다고 말이다. 그래도 그렇지 대학원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까지 했다는데도 결혼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다.
내 귀한 딸을 4년씩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을 불러 앉혀 놓고 이제 결혼하던지 안 할 거면 지금 당장 정리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 말 한마디로 결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도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그 속담을 꽤 믿는 편이다. 둘째 동서도 바로 그 방법을 써먹은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카는 며칠 만에 지인들을 총동원하여 예식장을 정했다. 요즘은 예식장 시간이 되는 날이 길일이라며 지글지글 샛노랗게 붙여지는 먹음직스러운 동그랑땡만큼이나 진한 축하의 말을 줄줄이 읊어댔다.
결혼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겨울방학인데 뭘 해 먹지 2에서 두부채소달걀말이에 대한 글을 올렸었다. 그 글을 보고 달걀말이가 쉽지 않다는 댓글이 있었다. 그럼 나는 처음부터 잘 말았을까. 그럴 리가. 그날도 하마터면 실패할 뻔한 것을 남은 달걀노른자로 간신히 해결했다. 생각보다 훈이, 윤이의 반응이 좋아 다시 만들 때는 두부의 양을 줄이니 말기가 훨씬 수월했다. 그래도 어렵다면.... 말지 않으면 된다. 달걀물 반을 붓고 그 위에 두부를 그 위에 나머지 달걀물을 부어 약불에서 앞뒤로 익혀주면 간단하다. 물론 뒤집을 때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적당히 익은 아랫면을 살포시 밀어서 접시에 올렸다가 팬에 식용유를 두른 다음 조심스럽게 팬에 엎어주면 된다.(a/s끝)
이번에는 명절을 보내고 남은 자투리 채소도 활용할 겸 훈이, 윤이가 좋아하는 치즈버섯 전을 하기로 했다. 버섯은 영양가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성인도 물컹한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있는 식재료다. 훈이, 윤이는 어려서부터 버섯 질감이나 맛에 익숙해지도록 잘게 찢어 소시지나 햄 등을 넣어 볶아 먹여서인지 지금은 종류나 크기에 상관없이 잘 먹는다. 명절준비로 식재료가 넘쳐나던 냉장고가 홀쭉 해졌지만, 느타리버섯과 채소들이 조금씩 남았다. 여기에 치즈까지 얹어지면 훈이의 얼굴에는 봄날의 개나리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겠지.
느타리버섯 150그램 , 팽이버섯 반봉지 정도, 표고버섯 2장, 모짜렐라 치즈 60그램, 달걀 1알, 고명처럼 올려질 당근, 양파, 부추, 파프리카 조금씩, 식용유, 소금, 후추, (채소나 버섯은 변경 가능).
1. 주말에는 작년가을 결혼한 조카부부가 세배 와서 또 음식을 했다. 하여 오리고기와 고추잡채를 하고 남은 버섯과 채소를 소진해야 한다. 먼저 씻어 반씩 가른 느타리버섯과 채 썰은 표고버섯은 전자레인지에 2분 돌려 데친 다음 물기를 꼭 짜 소금 한 꼬집과 후추 넣어 조물조물하여 준비하고, 팽이버섯은 반으로 잘랐다.
2. 당근, 양파, 파프리카는 채 썰고 부추는 같은 길이로 잘라준다. 달걀 1알도 깨서 소금 한 꼬집 넣어 준비했다. 치즈버섯채소전은 재료가 간단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3.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약불에서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팽이버섯, 양파, 부추, 파프리카 순으로 얹어준다. 그다음 치즈를 얹어 뚜껑을 닫고 녹여준다.( 채소를 너무 많이 올리면 익지 않을 수 있으니 고명처럼 조금씩 올려야 한다)
4. 이때 밑면이 팬에 달라붙어 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들어도 재료가 팬에 달라붙지 않고 치즈가 녹기 시작하면 달걀물을 가장자리에 부어 버섯이 흩어지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치즈가 먹음직스럽게 흘러내리고 달걀이 노랗게 익어가면 조심스럽게 접시에 밀어서 담아내면 끝(절대로 전을 들어서 접시에 올리지 말 것- 와장창 흩어질 수 있음). 훈이, 윤이는 버섯피자맛이 난다며 양이 작다고 아쉬워했다. 우리는 집에 버섯이 종류대로 있어 섞어서 했지만 한 가지만 해도 되고, 채소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료라면 모두 가능하니 어렵지 않을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는 버섯을 잘게 찢어서 한다면 거부감이 적지 않을까 싶다.
다시 결혼이야기로 돌아오면 작년에 셋째 집 조카에 이어 둘째 집 조카가 결혼으로 떠나게 되었다. 제짝 찾아 하나둘 이 집을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전화를 끊고 나니 허전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결혼은 축하할 일이지만 명절날 아침이면 "큰엄마!" 하며 안겨 오던 조카를 이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주책없이 눈앞이 흐려졌다. 아니나 다를까, 명절날 아침에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했다.
우리 집은 20명이 넘는 인원이 차례를 지내고 나면 두 번으로 나누어 식사를 한다. 2차로 시댁에 미리 다녀온 딸과 여조카들이 한상을 차지했다. 다섯 명의 언니, 동생들 수다는 옆에서 듣기에도 정이 넘쳤다. 결혼을 앞둔 조카가 이 자리도 마지막이라며 아쉬워하는 대목에서는 콧등이 시큰해졌다. 또 다른 상에서는 며느리들이 둘러앉아 긴긴 수다로 명절 아침을 따스하게 채웠다. 그러다 보니 10시를 훌쩍 넘겨버렸다.
서둘러 상을 치우고 손주들이 한복을 곱게 입고 등장하니 진짜 설 명절 기분이 들었다. 올해는 특별히 셋째 동서의 제안에 따라 4형제의 맞절로 시작하여 순서에 따라 세배가 이어졌다. 그럼, 세뱃돈은 얼마나 어떻게 줄까. 우리 집은 손주들과 학생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봉투에 담아 세뱃돈을 주고, 나머지 성인에게는 무조건 만 원을 준다. 그 만원에 직장을 다니는 조카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한바탕 웃음으로 행여 경비실에서 전화라도 올까 봐 혼자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뿐이랴 어른에 대한 세배가 끝나면 아들의 주도 아래 조카들끼리 순서대로 세배하며 또 만원이 오간다. 그 속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에 우린 또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가 준 만원에서 더 보태어지기도 하고 더 쌓이기도 하면서 그만큼 사촌간의 정도 돈독해져 가리라 믿는다. 얼마 전에야 알았다. 아들은 사촌 동생들의 생일에도 일일이 케이크나 커피 쿠폰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이 퇴직하기 전까지 내가 챙겨주던 조카들의 생일을 아들이 이어오고 있다니 새삼 기특하고 고마웠다. 아침 커피값도 아들 카드로 결제되었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딸네 식구와 함께 요양원에 계신 백세 된 시어머니 면회를 다녀왔다. 딸은 돌이 지나고부터 결혼 전까지 할머니와 한방을 썼다. 코 고는 할머니임에도 단 한 번의 불평 없이 살아준 딸이었다. 그런 손녀 손을 잡고 "네가 보고 싶었다"라며 울먹이는 시어머니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늘 당신 자식보다 손자, 손녀를 찾으시던 시어머니였다. 아기 때 보았던 훈이, 윤이를 시어머니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훈이, 윤이는 왕할머니와의 이 만남을 잊지 않을 것이다.
면회 시간은 늘 짧고 아쉽지만 다음 사람을 위해 지체할 수 없었다. 면회를 마치고 지난달 해외여행으로 시어머니 백수 잔치에 참석하지 못했던 둘째 시동생 부부와 여덟 명이 점심을 먹었다. 딸이 나서서 먼저 밥값을 계산했다. 지난 추석에 면회를 다녀간 아들은 인원 제한으로 오늘은 빠졌지만 두 아이가 있어 나는 살맛이 난다. 20명이 넘는 대가족을 위해 만두 150개를 만들고, 떡국 반말을 끓여도 견딜 수 있다. 내 딸, 내 아들 고마워!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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