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쏙 두부조림

겨울방학인데 뭘 해 먹을까 2

by 희야

나는 아무래도 욕심쟁이 할머니인가 보다. 훈이, 윤이가 편하게 노는 꼴을 못 보니 말이다. 방학이라 시간도 많은데 악기나 그림을 가르치면 좋으련만 우리 딸은 관심이 일도 없다. 급기야 나의 오지랖에 발동이 걸렸다. 한동안 그림에 빠져 있던 윤이가 최근 들어 시들해지고 있었다. 그 틈에 그림에는 관심도 없던 훈이가 급성장한 실력으로 윤이를 추월해 가는 듯했다.

<윤이, 훈이 첫 작품>


이건 아니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손자들을 미술학원에 보내자고 딸을 꼬드겼다. 그러지 않아도 스키장 다녀온 후 독감으로 고생고생한 손자들을 기어이 내 욕심대로 우리 집 근처에 있는 ㅇ아트에 보냈다. ㅇ아트는 학원이라는 개념보다는 모든 그림 도구를 갖춰 놓고 몸만 가서 힐링하는 기분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꾸며놓은 곳이다. 요즘 연인들이 데이트하며 요리를 만드는 곳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누구나 정해진 시간 동안 비용을 내고 사용하면 되니 훈이, 윤이가 방학을 이용하여 마음껏 그림을 그리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별난 극성에 갑자기 그림까지 추가되어 우리의 일상은 더 바빠졌다. 부리나케 점심을 먹고 그림을 그리러 가야 하니 숨 돌릴 틈도 없다. 방학이라 점심, 저녁 두 끼나 준비해야 하는데 바쁜 이 시간에 시간 걸리는 고기보다는, 손쉽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식재료를 찾아야 했다. 이럴 때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두부를 그냥 지나칠 순 없다. 그래서 오늘은 손자들이 좋아하는 만만한 두부를 조려 보기로 했다.




* 한입 쏙 두부조림 *

두부 500g 1모, 감자전분 3수저, 양조간장 2수저, 다진 마늘 1수저, 대파 1대, 참치액젓 1수저, 알룰로스 1수저 반, 들기름 1수저, 물 100ml, 식용유, 통깨, 소금.

1. 두부 500g을 손자들이 먹기 좋게 잘라서 소금 살짝 뿌려주고, 간이 배는 동안 조림장을 준비했다.

2. 넉넉한 볼에 양조간장, 다진 마늘을 분량대로 넣고, 나중에 넣을 대파 1대는 잘게 썰어주었다. 이어 참치액젓, 알룰로스나 설탕, 들기름, 물 100ml를 넣어 조림장을 만들었다.


3. 소금 뿌린 지 30분쯤 지나 두부에서 밀려 나온 물기를 키친타월로 제거했다. 다음은 뽀송해진 두부에 감자전분을 솔솔 뿌려 골고루 묻혀주었다. 비닐봉지에 넣고 흔들어도 되지만 자칫 두부가 뭉개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어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주었다. 어머나, 노릇한 두부 색이 완전 예술이다. 요건 안 먹고는 못 참지. 그냥 먹어도 바삭 쫀득하니 겁나 맛있다.


4. 두부 구운 팬에 준비한 조림장을 넣고 살짝 끓여주었다. 구운 두부를 넣고 끓는 양념을 수저로 퍼서 올려주며 조려준다. 조금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해결했다. 이 두부조림은 감자전분이 들어가고 원 팬으로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5. 잘 조려져 가는 두부 위에 썬 대파를 올리고 고소한 통깨로 마무리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두부조림을 굳이 레시피라고 올렸다. 이건 핑계일 뿐 '그래, 오늘은 이거다.' 하고 메뉴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오늘따라 두부조림이 맛있는지 넷이서 한 끼에 거의 다 먹어버렸다. 저녁에는 또 뭘 해 먹지. 뿌잉~




내 자식만큼은 잘 가르치고 싶었다. 곤궁했던 시절 내가 못 해본 것들을 무리를 해서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피아노였다. 그쪽에는 관심도 없는 아들을 억지로 피아노학원에 4년씩이나 구겨 넣었다. 그러니 잘할 리가 없었다. 아들은 내가 한 푼 두 푼 모아 학원비로 갖다 바친 정성이 무색하게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어른이 되어서야 그때 잘 배워둘걸 하며 아쉬워하는 아들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제발 바이엘만이라도 제대로 끝내보자고 어르고 달래던 시절이 생각 나서다.

다행히 딸은 내가 부업까지 하며 사준 영창피아노로 체르니 40번까지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마침, 그 피아노가 아직도 딸네 거실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문득 장식품이 되어가는 피아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작년 겨울에 '엄마에게 피아노 배우기'를 개인 방학 과제로 내 맘대로 정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대한민국 일은 혼자 다 하는 것처럼 늘 바쁜 딸인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 딸이 고귀한 시간을 내어 몇 번 가르쳐 주는가 싶더니, 훈이, 윤이가 계속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악기에 이어 그림에 꽂혔다. 내 그림 실력은 그야말로 꽝!이다. 작년에 캘리그래피를 배우면서 재확인까지 했더랬다. 그러니 우리 딸, 아들만큼은 잘 가르치고 싶었다. 그건 나의 바람일 뿐 남편의 박봉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두 아이는 방학 동안 학원이 아닌 화가의 화실에서 개인지도를 받았다. 운 좋게도 내가 아닌 남편을 닮아서인지 그림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딸, 아들은 지금도 손주들이 원하는 그림을 쓱쓱 잘 그려준다.


그때 딸이 그렸던 스케치북은 성인이 될 때까지 소중히 보관했다가 결혼하면서 액자에 끼워 신혼집에 걸어주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들의 스케치북은 찾을 수 없었다. 아들 말에 의하면 겨울방학 과제로 스케치북을 통째로 제출했는데 그때 분실되었다는 것이다. 아들은 성인이 되고 이직하면서 힘들 때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다른 과목이야 내가 어찌해 본다고 하여도 악기나 그림만큼은 전문가의 손을 빌려서라도 뒤지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 나의 전력이 있으니 우리 훈이, 윤이에게 이 짓을 안 할 수 없다. 피아노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윤이는 그나마 학교 방과 후 활동에서 칼림바를 배워서 한시름을 놓았다. 윤이가 제법 하는 모습을 보며 음치 박치에 몸치까지 3 대장을 골고루 갖춘 나를 닮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고백하자면 3년씩이나 통기타를 배운 나는 그쪽으로 재능이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훈이가 나의 표적이 되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어떤 악기를 가르치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딸, 아들에게도 그랬듯이 그쪽으로 전문가가 되라는 것은 아니다. 힘들거나 고단할 때 악기나 그림이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훈이, 윤이가 할머니의 욕심 때문에 시작한 그림으로 힘이 들면 어쩌나 했던 것은 나의 기우였다. 그림은 숙제도 없고 재미있어 좋단다. 거기에 '아이들이 한 시간 반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집중하며 잘 그리는데 어디서 배운 적이 있나요'라는 선생님의 칭찬에 몸치인걸 깜박 잊고 춤을 출 뻔했다. 손자들이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나만의 착각이었다면 어쩌나 싶었는데 전문가의 눈에도 그리 보였다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말이어도 괜찮다. 이미 손자들이 하는 짓은 이유불문 하고 최고로 보이는 할머니니까. 나에게 바람이 있다면 다른 과목도 잘하면 좋겠지만, 손자들이 정서적인 면에서도 행복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다. 의 과한 욕심일까.


* 명절준비로 댓글창도 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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