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인데 뭘 해 먹지 2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우린 끊임없이 노력하고 방법을 모색한다. 요즘 AI가 그걸 채워보겠다고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 쪽이다. 바로 음식이다. 훈이, 윤이가 오늘도 정성껏 만들어 놓은 음식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고소해요, 담백해요.'라고 했다. 그 말이 주는 감동을 무엇이 대체할 수 있을까.
그 감동을 다시 맛보기 위해 나는 오늘도 실패를 거듭하며 음식을 만든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때로는 마음대로 되지 않아 당황할 때도 있다. 이번이 그랬다. 우연히 쇼츠 영상을 보다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도전하기로 했다. 영상만을 보았을 때는 얼마든지 손쉽게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으로 시작한 메뉴였다. 그렇다고 그들의 요리법을 그대로 따라 하지는 않는다. 훈이, 윤이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료로 더하거나 빼준다. 오늘은 아주 쉬울 것 같은 꼬마 깻잎 김밥과 두부 채소 계란말이를 해보려고 한다.
* 깻잎 꼬마 김밥 *
김밥 김 7장, 깻잎 28장, 달걀 3알, 참치 1캔, 크래미 1봉지, 김장김치 1조각, 들기름 1수저, 마요네즈 1수저, 후추, 소금. 깨소금, 식용유.
1. 주재료인 김밥 김은 4등분으로 잘라주고, 깻잎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준다.
2. 식용유 두른 팬에 달걀 3알을 풀어 소금 한 꼬집 넣고 스크램블하여 접시에 담았다.
3. 김장김치는 소를 털어내고 잘게 썰어 들기름에 볶아 주었다.
4. 참치통조림은 뚜껑을 조금만 따서 꾹 눌러가며 기름을 충분히 제거하고, 그릇에 담아 소량의 마요네즈와 후추를 넣어 버무려 주었다. 먹다 남은 크래미는 결대로 찢어 놓았다.
5. 고실고실하게 지은 밥에 소금, 들기름, 통깨를 넣어 비벼주었다. 이어 자른 김에 밥을 깔고 깻잎 올리고 그 위에 참치, 김치, 달걀을 얹어 말아 준다. 말은 깻잎은 밥을 깐 김으로 조심스럽게 또 말아주었다. 이렇게 힘든걸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막급이다. 김밥 김 보관에 문제가 있었다. 김을 반듯하게 보관해야 했는데 냉동실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부서지고, 엉망이었다. 김이 작아서 더딘 것도 모자라 김밥을 말을 때마다 옆구리가 터져 깻잎이 드러나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6. 어쨌든 벌벌 떨며 만들었으니, 맛이라도 좋아야지. 훈이, 윤이가 시식에 나섰다. 두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할머니, 진짜 맛있어요.' 옴마야, 내가 언제 후회했더라. 맛있으면 0칼로리, 맛있으면 하늘에서 별이라도 따다 주고 싶은 이 할머니의 마음을 손자들은 알려나. 훈이, 윤이 말대로 깻잎 향이 입안 가득 번지고 볶은 김치와 참치가 어우러져 끝내주는 맛이다. 단지 김밥이 거의 다 터지고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 우린 주방을 지키는 전사들이니까.
* 두부 채소 달걀말이 *
두부 반 모, 시금치 1 주먹, 달걀 5알, 당근 조금, 참치액젓 1수저, 식용유, 소금.
1. 오늘의 식재료는 구하기 쉬운 제철인 시금치에 만들기도 쉬워 보인다. 하지만 이건 슬프게도 난이도가 더 높다. 재료가 간단하다고 얕봤다가는 정말 큰코다친다. 달걀 5알 중에서 4알을 노른자와 흰자로 분리해 준다. 남은 달걀 1알은 톡 깨트려 노른자만 담긴 그릇에 넣어 주었다.
2. 당근은 곱게 다져주고, 전자레인지에 3분 30초 돌려 찐 시금치는 잘게 썰어주었다. 3분만 돌릴 것을 시금치가 약간 흐물거린다. 흑~
3. 두부는 물기가 없도록 꼭 짜서 볼에 담고, 다진 당근과 시금치, 달걀흰자를 모두 섞어준다. 여기에 맛술 1수저, 참치액젓 반 수저와 소금 2꼬집을 더하여 간을 맞춰주었다. 노른자도 참치액젓 반 수저로 간을 했다.
4.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채소와 두부를 섞은 재료를 팬에 골고루 펴주었다. 약불에 천천히 익히면서 신중하게 말아주는데도 난이도가 최상이다. 말리기는커녕 뭉개지고 난리가 났다. 그래도 주부 경력 40년, 내 사전에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다음에는 감자전분을 넣어볼까. 여하튼 겉면을 살짝 태웠지만 노른자가 남아 있으니 당황하지 않는다. 어렵게 말아놓은 두부말이는 남은 달걀노른자를 팬에 부어 감쪽같이 숨길 수 있었다.(또다시 해본 결과 두부 양을 3분의 1 정도를 줄였더니 말기가 훨씬 수월했음)
5. 완성품은 그럴싸하다. 그럼, 맛은 어떨까. 얼른 먹기 위해 한 김 식힌 달걀말이를 젓가락을 든 한 손으로 고정하고 남은 손은 빵칼을 들고 조심스럽게 잘라주었다. 여기서는 빵칼이 킥이다. 모양이 끝내준다. 훈이, 윤이가 먹기도 전에 내 가슴이 떨렸다. 오물거리던 입에서 '고소해요, 담백하니 맛있어요.' 꺅! 최고의 찬사다. '맛있다고 해줘서 고마워' 이 답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 입맛에도 더 고소하고 담백하니 특별한 달걀말이였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 음식은 할수록 늘고 맛있어지는 것이 진리다. 다만 만들고 있는 음식에 애정과 정성을 다할 때만 가능한 것이리라.
방학이다 보니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아침 9시가 되기도 전에 쳐들어온 손자 둘과 지지고 볶으며 지내는 시간을 글로 쓰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할 거 같아서 이 길을 선택했다. 그래야 음식을 만드는 재미도 있고, 내일은 무엇을 만들어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마저 즐거워질 것 같아서다. 음식도 만들고 글도 쓰고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식재료를 구매하고 메뉴를 선택하고 완성된 음식 앞에서 서로를 칭찬하며 우리는 이 겨울방학을 야무지게 채워가는 중이다. 어느 누가 이걸 대신할 수 있을까. 때로는 서운하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지만 해지기 전에 사과하고 웃으며 하루를 마감하기도 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부족한 부분들을 애써 감추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이해해 줄 때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믿어보면 어떨까.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
# 깻잎김밥
# 겨울방학
# 아이반찬
# 두부채소계란말이
# 시금치
# 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