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인데 뭘 해 먹지 1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겨우 2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2달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독감 걸린 훈이, 윤이 때문에 집안에서도 종일 마스크를 하고 먹거리에 신경을 쓰자니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 이 추운 날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집안에 갇혀서 아이들과 보내는 이 땅의 어머니들을 무한 칭찬해 주고 싶은 날이다. 내 자식을 키울 때는 먹고사는 일에 치중하느라 몰랐던 일을 손주들 때문에 절실히 느낀다. 나는 도대체 두 아이를 어떻게 키운 거지?
저절로 자랐든 알아서 자랐든 제 몫을 다하고 사는 딸, 아들이 이제와 더 고맙게 느껴진다. 점심에도 요가를 마치고 헐레벌떡 달려와 볶은 양파, 당근, 표고버섯, 크래미를 추가하여 유부초밥을 해주었다. 두 아이는 나의 수고로 오물오물 맛있게도 먹었다. 오늘은 윤이가 영어평가시험이 있는 날이라 1시간 일찍 학원에 가겠다고 해서 서둘렀다. 윤이에게 40분이니 얼른 가라 했지만 뒤늦게서야 외울 것이 있다며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갈 때마다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질렀다. 매일 아침 오자마자 당부를 한다. 영어공부할 거 있으면 미리미리 하고 여유 있게 학원에 가라고 말이다. 더구나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늘 걱정스럽다. 행여 늦었다고 달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매번 조심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편이다. 윤이는 그런 할머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어이 내속을 뒤집고 말았다.
시험까지 보는 날인데 참았어야 했나. 풀이 죽어 나가는 윤이를 보며 후회가 밀려온다. 순간 내가 왜 이런 마음고생까지 하며 손주들을 돌보나 싶어 기운이 빠졌다. 이럴 때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마침 밀린 밥이 많아 김치야채볶음밥을 하기로 했다.
다진 김장김치 크게 2 주먹, 양파 반 개, 당근 반 개, 감자 2개, 소시지 2개, 대파 1줌, 들기름 1 수저, 참치액젓 1 수저. 소금. 후추, 식용유.(야채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 활용하기)
1. 적당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를 먹다 보면 이파리만 남기도 한다. 그럴 때는 밀린 밥과 함께 볶음밥으로 다시 태어난다. 양념을 모두 털어내고 물에 한번 살짝 씻어 잘게 다져 꼭 짜주었다.
2. 양파, 당근, 감자, 소시지까지 맹맹이 콧구멍만큼 좁은 내속이 풀리도록 다져주었다. 생각만 해도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뭔 짓을 했나 싶어 후회막급이다. 소시지는 뜨거운 물을 부어 한 번 데쳐주었다.
3. 대파는 가을 무렵 썰어서 얼려둔 것을 꺼내놓았다. 딸 집에는 야채와 양념이 별로 없다. 내가 집에서 매번 들고 오거나 주로 냉동실을 활용하여 보관한다. 나도 그런 엄마 있었으면 좋겠다.
4.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파, 감자, 당근을 볶아주다 들기름 1 수저를 추가하여 김치, 소시지 순으로 볶아주었다. 이어 대파와 참치액젓 1 수저를 넣어 간을 하고, 그래도 싱거워 소금 추가 후 깨소금 솔솔 뿌려 볶음밥을 완성했다.
5. 훈이는 비주얼을 중요시하기에 밥으로 하트모양을 만들고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 후 계란후라이를 해서 얹었다. 그 위에 통깨도 솔솔 끝.
훈이에게 오늘만 계란후라이를 반숙으로 하고 다음부터는 완숙으로 해주겠다고 선포했다. 신선한 계란을 쓴다 하여도 세상일은 모른다. 반숙계란은 단백질과 비타민B12가 풍부하고,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은 반면에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완숙계란은 단백질과 비타민D, 철분, 아연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노른자가 단단하고 건조해져 나같이 위가 안 좋은 사람은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반숙 계란후라이를 먹을 때는 위생에 주의하고, 완숙 계란후라이를 먹을 때는 소화상태에 따라 물과 함께 적당한 양을 섭취해야 한다.
윤이가 벌써 6학년이 되지만 아이는 아이다. 그렇게 혼나고도 시험도 잘 보고 시간도 늦지 않았다며 해맑은 표정으로 돌아와 식탁 앞에 앉았다. 김치볶음밥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윤이는 행복한 모습으로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아니지만 이런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얼마나 한다고 속 끓일 일이 뭐 있나 싶어 어수선했던 마음을 다잡아 본다. 손주들과 함께하는 26년 겨울방학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도록 잘 살아야겠다.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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