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빚

by 박영희

작은 손이 주스병을 건넸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고맙다고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고

마른 목을 축였는데


아홉 살 아이의 그 큰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독서교실 끝나면

시원한 것 사 먹으라고

아침에 엄마가 건네준 돈으로


주스 한 병 사서

저는 안 마시고


도서관 문 앞에서

내게 건넨

그 고운 마음에게 진 빚이

여름방학 독서교실 때면

해마다 빼놓지 않고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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