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레볼루셔너리로드(2009)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 그들의 후기

by Tess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가 살아남아 가정을 이뤘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배우가 되길 꿈꿨으나 가정주부로 남은 에이프릴(케이트윈슬렛). 해외에 나가서 사는 자유로운 삶을 꿈꿨지만 아버지가 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회사원인 프랭크(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_ 이들의 서사는 도리스레싱의 '19호실의 가다'를 떠올리기도 했다. 에이프릴의 마지막 순간까지 닮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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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히 저 장면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에이프릴의 저 대사. "우린 특별한 것 없는 사람들이니까... 지금도 포기가 안되요. 떠날 수도 없구요. 머물수도 없어요" 하면서 바뀌는 bgm이란!!! 크으. 감독과 연출 진짜 엄청나다!!! 몇 번을 돌려보고 또 봐도 감탄스러움.



그렇다. 나도 "안창부부"하면서 우리에게 오는 부러움의 시선을 꽤나 즐겼었다. '쟤네 부부 좀 봐바. 아직도 연애하는 것 같아. 어릴때부터 만나서 결혼까지 하다니! 정말 성공한 사례야. 쟤네는 애가 없어도 참 금슬이 좋아. 어떻게 저렇게 잘맞지? 진짜 이상적이다" 라며 오는 평가들을 즐겼다.



'그래 내가봐도 우리부부는 진짜 예뻐. 사랑받고 큰 사람들끼리 만나서 결혼해서 이렇게 잘 지내잖아? 서로 위해주고 아껴주고, 동물도 입양해서 키우고... 애는 없어도 서로 친구로 부부로도 말이 잘통하는데 뭐가 문제야!'라며 어떤 허영과 뽕에 취해있었다.



사실은 자기가 고통스러운 줄도 모르면서... 부모의 입맛에 맞는 사람(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위)을 골라와서, 부모의 영향력 안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사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런 진실을 본 자는... 영화 속의 에이프릴이나 19호실을 가다의 수전처럼 방황을 하게 되는 듯 하다.


더이상 저런 구조 안에서 있을 수가 없는거지. 결혼생활이란 허위, 타인들의 시선,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가정이란 기준에 맞추느라 잃어버린 자신을 견딜 수가 없는거다. 그렇게 진실을 본 자는 어떤식으로든 내몰리게 된다. 이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를 살리는 길, 주체적인 길로 가느냐 혹은 수렁으로 빠지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다. 주위에 누가 있는지도... 얼마나 많은 귀인들이 존재하는지도 중요하고...



작년 여름은 숨도 못 쉴 정도로 생존하느라 아둥바둥했다. 있는 부모라 할 지라도 그들이 my people로 느껴지기는 커녕,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존재인게 보였다. 나는 어떻게서든 이들의 입을 찢고 벗어나야만 했다. 그렇게 살아야만 했다. 나에게 이혼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했다.(그래서 요즘 내가 그렇게 외치나보다. '저는 결혼생각이 없어요!!! 다시 돌아가지 않아요' 라면서)

물론 나도 레볼루셔너리의 에이프릴처럼 남편에게 함께 하길... 당신이 내 곁에서 이 길에 동참해주길 하며, 어떤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저 둘은 파리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그 곳이 낙원인것마냥 빤쓰런을 하려고 했지만 이 또한 현실과 사회의 벽 앞에 녹록치 않아졌다.

에이프릴은 이때 무너졌을거다. 마지막 하나 남은 끈 마저 끊어졌을 때... 나도 안다. 포기할 수도 없고, 떠날수도 머물수도 없는 그 세계에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 답답함. 어찌할 바 모르겠는 그 검은 세계가 얼마나 숨막히고 외로운지에 대해 안다.



그래도 그녀는 살기 위해서 뭐라도 했었어야 한다. 혼자라도 도망가든가 아니면 아예 엄마의 정체성으로 살기를 선택하든지 했어야 했다. 정말이지 뭐라도 했었어야 한다. 아! 했구나... 자기를 버리는 선택을 ㅠㅠㅠ 엄마로도 와이프로도 그 어느 누구로도 살 수 없었던 에이프릴은 임신한 아이를 지우며 자신도 버렸다. '19호실의 가다'의 수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는 파리에 가기로 한 결정이 뒤짚어지면서, 드러난 그녀의 표정에서... 예상할 수 있었다. 모든 희망을 다 잃어버린 좌절어린 그 표정...



모르겠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파리에 갔으면 살았을까? 에이프릴이 비서로 일하고 프랭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애를 돌봤으면 그 둘은 행복했을까? 그들로 사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그 맛을 봤을까? 파리로 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을거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이라고해서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삶은 본디 고통이다. 돈있고 명성있고 그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사람, 가정, 집이라해도 하루의 80%는 엿같음으로 보낼거다 ㅋㅋㅋㅋㅋ 하다못해 주체성을 가진 사람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이는 받아들여야 할 진리다.



영화를 보는 내내, 권태가 얼마나 부부를 혹은 개인을 잡아먹는지... 일부일처제 혹은 자식을 둔 정상가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상인지... 저런 이미지를 유지하느라, 타인들의 시선에 맞추느라, 나로 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그 모든 것을 뼈저리게 공감하며 봤다. 안타까웠다. 타이타닉의 로즈가 자신의 성을 버리고, 주어진 세계를 떠나 모험을 시작하며 영화를 마무리했다면... 레볼루셔너리의 에이프릴은 자포자기 한 것 같아서 말이다.


동시에 나에게도 경각심을 줬다.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원형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위대한 걸 이루기위해서가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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