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스릴러를 통해 보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명암
늘근친구 L의 블로그에서 보고, 봐야겠다 생각한 넷플릭스 시리즈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인데, 특히 가우디의 장소들을 특정해서 사건이 벌어진다.
10일 뒤 딱 저 곳, 바르셀로나에 있을 나는 공부하듯 봤다. 실제로 사건을 파해치는 형사 밀로와 그의 파트너가 가우디의 장소들(사그리다 파밀리아 대성당, 카사밀로, 카사 바티요)에 가서 그 역사와 배경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넷플릭스 스페인현지 가이드랄까?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가 부자들에게 면죄부를 발행하듯 모은 돈으로 지은 곳이란 것도 이번에 배웠다. 그 아름다운 장소가 실제로는 죽음 뒤의 것까지 보장받기 위한 티켓으로 쌓아진 곳이라니!!! 빛의 이면인 그림자가 보인다.
실제 저런 가우디의 명소들에 가면 사람들에 치이고, 소매치기에게 가방 안털리려고 긴장상태에 있어서 이만큼 편하게 저 장소들을 곳곳이 보지도 못할 것이다. 이 시리즈 덕분에 나는 안방에서 누워서 편하게 잘 봤다. ㅎㅎ
물론, 스릴러답게 살인이 벌어진다. 그것도 화형이라는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1화의 시작이 가우디의 역작이라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대성당에 사람이 매달려 타죽는 씬이다.(그런데, CG의 한계인지 그렇게 잔인하게 보이진 않는다)
얼마나 원한이 맺혔으면 사람을... 대성당 꼭대기에 매달아 휘발유를 부어 타죽이는 방법을 썼을까? 6화로 구성된 시리즈는 4화까진 꾸준히 보복성 살인이 벌어지고... 마지막화에서 후두둑 모든 실마리를 풀고 마무리한다. 찬찬히 디벨롭해오던 스토리가 6화에서 급하게 끝내버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범인들(어릴때부터 떠밀리고 떠밀려 설 곳이 없어진, 박해받고 폭행받던 피해자 남매)의 서사가 부각되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게 스페인 드라마의 특징일지도 모르겠다. 형사가 사건을 풀어가는 것과, 형사의 개인사에 집중을 하는바람에 실제 범인들이자 피해자들의 저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원한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피해자의 목소리로 직접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형사의 것과 영상으로 대체되어 나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이건, 최근 친구와도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gentrification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이 깊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상류층화인데 낙후되거나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던 지역에 '발전'이란 목적으로 원래 살던 사람들을 쫓아내며 개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상황으로 따지자면 #재개발 이 가장 알맞는 단어일 것이다. 스페인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기점으로 도시를 가우디화시키겠다며 저소득층이 사는 곳을 다 밀어내고, 그곳의 미관, 기반 시설을 개선시켰다. 이로인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강제이주되어, 살 곳을 잃었다. 이 시리즈속의 남매들도 이 일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고아원에 가게되면서 큰 폭력에 놓여 크게된다.
이 젠트리피케이션은 한국에 사는 나와도 먼 일이 아니다. 먼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도 서울의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을 다 쫓아내 갈 곳이 없게 만들었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터전이 쓸려나간 사람들, 하루 벌어 먹고 살던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떻게 되었을까? 88올림픽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사업아래 힘없는 개인들은 쓸려나간다. 이들에게도 그렇게 88올림픽이 의미가 있었을까?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사는 쌍문동은 매번 '재개발'로 인해 선거때마다 들썩인다. 자신의 동네가 재개발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로인해 찬성과 반대로 시끌시끌 한 것이다. 과연 재개발이 이 곳의 원주민을 위한 것일까? 특히나 노인인구가 많은 이들인데, 집터가 밀리고 다시 지어지는동안 이들은 어디에 가있어야 하는걸까? 그리고 다시 지어지는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도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더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인구수도 줄어드는 판에, 왜 이리들 #개발 에 집착하는 지 모르겠다. 끊임없이 발전해야한다는 통념 , 나아져야한다, 더 벌어야한다는 환상, 더 더 더 MORE MORE MORE의 신화에서 내려와야할 때가 아닐까? 그렇게 더 개발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무슨 이득일까? 질문해보면 어떻할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저 경쟁하듯 더더더 잘나야되하는 기차에서 내려왔다. 안정적인 직장과 월급, 4대보험이란 울타리에서 나왔고 지금은 모아둔 것을 '어떻게 하면 잘쓰지?'하고 있다. 아니다.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알고있다. 여행을 하면 많은 #멍청비용 을 지불한다는 것을... ㅋㅋㅋㅋㅋ(지금도 제법 썼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멍청비용을 양적으로 계산하지 않는 훈련을 하고 싶다. 얼마얼마를 썼고, 이를 통해 얼마를 아꼈으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행했는지 수치화하지 않고 싶다.(그리고 꼼꼼하지 못한 내 성격에도 저런 건 불가능하다.)
보통의 여행기록들은 그런 것을 남기는 것 같지만, 나는 좀 더 질적으로 접근하고 싶다. 이 여행이 나를 얼마나 돌아볼 수 있게 하는지, 나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조금이라도 비춰준다면 더 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실질적 '얻음'과 '만족'이 없더라도 나는 좋다.
꼴랑(?) 두 달의 여행을 앞두고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퇴사를 해야했고, 퇴사를 선언한 뒤로도 지난한 3달을 버티며 버티며 출근해야만 했다. 그 후론 어디로 여행을 갈 지, 가는 것이 맞는 지를 알아보고 결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젠 마지막으로 부모님에게 알려야 한다.(나는 이걸 매맞는다고 표현한다 ㅎㅎ) 아직도 모르신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주말에 가서 차분히 이야기하는 큰 산을 넘을 예정이다. 사실 이 일로 부모님께 또 상처를 받을까봐 많이 두렵다. 부모는 나에게 부모이면서도 가장 큰 적이자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하다. 두렵다.
City of Shadow 이야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ㅎㅎ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바르셀로나의 서민층들은 분노하는 듯 하다. 도시가 관광업을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집들을 에어비앤비로 돌려, 월세가 오르고 살 곳이 없어지나보다. 그래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도 그렇게 난리란다. 나는 도심에서 차로 30분정도 떨어진 바달로바라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혼자 다니는 동양인 여자로 최대한 타겟이 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경주여행을 하고나니, 결국에 기억에 남는 건 '사람'이더라. 우양미술관의 카페 비비비당에서 만난 바리스타언니! 경주의 얼이 서린 숙소 '석등있는 집'의 사장님!의 친절이 심장에 HP가 쌓이듯 차곡차곡 모여있다. 이번 여행에서도 귀인들을 만나 주고 받을 수 있길 바랜다. 어두워도 빛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