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Tell Me Everything

by Tess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은 읽을 만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도 '역시!'하며 닫았다. 하.. 어떻게 이렇게 깊이있는 이야기를 잘 쓰지?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다.



내 이름은 루시바튼, 오 윌리엄, 에이미와 이자벨, 다시 올리브 등등 그녀의 작품을 다 읽었는데도 기억력의 문제인지... 'Tell Me Everything'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헷갈렸다.



루시가 윌리엄이랑 헤어졌다가 다시 재결합한 것까지만 기억남 ㅎㅎ 올리브도 잊을 수 없지! 하지만, 밥이 누구인지... 그 외의 학교 관련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읽었어도 잊어버렸다. 그래서 이 책의 앞 쪽을 볼 때는 참 집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갑자기 누군가 죽은 채 발견되면서, 오오오 하면서 몰입해 읽었다. 요즘에 원서로 읽고 있는 'The Gods of the Woods'도 그렇고 이야기 속에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을 때, 엄청 빠져든다. 이 다음은? 이걸 어떻게 드러내지? 하면서 쭉쭉 따라가게된다.



스트라우트의 이번 책은 등장인물이 많아 산만한듯 하면서도... 죽음이라는 사건과 그 밑에 있는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신선하면서도 즐거웠다. '아, 이렇게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볼 수 있구나!' 라면서 말이다.



스트라우트는 이번 책에서 두 가지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사정을 알 수가 없다는 것


그럼에도, 그래서 사랑이라는 것



좋았던 문장들을 옮겨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p.235


"예전에 내 일은 야망에 관한 거였어요. 그러니까, 나는 아이들에게 영감을 일으키는 일을 했어요.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사람들,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희생자로 본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겐 그 사실이 몹시 좌절스러워요. 스스로를 희생자로 보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그들을 돕는 게 점점 더 어려워졌어요. 그래도 내가 아주 좋은 진로 상담교사였다고 생각해요. 가끔 내가 기억을 잃는 순간도 있지만, 사람들은 내게 아주 잘해줬어요."



p.305


"그러니까, 우리가 다른 사람을 정말로 알지는 못해요.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 삶에 언제 들어오는지에 따라 그들의 허상을 만들어내죠. 젊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젊을 때 결혼하는데, 그 사람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해요."



p.306


"내 요점은,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아주 복잡하다는 거예요. 밥, 우리는 모두 아주 복잡하고, 우리가 누군가와 한 순간이라도- 어쩌면 평생 - 같이 한다는 건 우리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연결되어 있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연결되어 있지 않죠. 왜냐하면 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 깊은 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심지어 그 사람 자신도 자기 마음의 깊은 틈으로는 들어가지 못해요. 하지만 - 우리 모두는 - 그럴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요. 그리고 난 그걸 존중해요, 밥. 정말로 존중해요"



p.492


" 그것도 루시와 내가 함꼐 나눈 다른 모든 이야기와 주제가 같아요. 사람들은 고통을 겪어요. 사람들은 살고, 희망을 품고, 심지어 사랑을 보듬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어요. 모두 마찬가지예요.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거에요"



p.509


그녀에게 느낀 사랑은 같은 천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분명하게 연관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늘 기억하고 있었어요. 내가 그걸 이해했기 때문에요. 사랑은 많은 형태로 찾아오지만, 사랑은 늘 사랑이에요. 그게 사랑이라면, 그건 사랑이에요.






위에 내가 쓴 이야기를 계속해보면, 루시는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고통으로 이루어져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타인을, 아니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채 괴로워하며 산다.


이럴 때 스트라우트는 이 삶의 고단함을, 아픔을 데리고 살 수 있는 것은 '연결성'과 '사랑'이라고 말한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그만큼 아파봤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기에 타인이 얼마나 고단한지도 저절로 알아들을 수 있다.



요 며칠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템플요가 클래스에서 만난 독일 여자는 '쉬지 못함'에 대해 토로했다. 집에서 가만히 쉬고 있으면 불안함이 올라와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거다.


어제 우리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간 전 동료이자 친구인 영국인은 부모와 떨어져있으며 사는 것(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삶 사이의 간극에 대해 얘기했다.


30대 초반/중반의 친구들을 만나면, '결혼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누굴 만나야 할 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한다.



보면, 나도 지금도 겪고 있는 고민들이며 불안인것이다. 33살의 후배이자 친구는 이런 나를 보며 '그 나이에도 그래요?'라며 되물었다. ㅎㅎㅎ 맞단다. 물론, 한 번 겪은 불안, 두 번 지나간 역경들이라는 경험이 쌓여, 같은 크기의 불안이 과거와 똑같은 강도로 오진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삶의 어려움, 고단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불안도 어려움도 고통도 다 기본값으로 존재하는 삶의 한 부분이란 걸 인정하게 된다. '아, 이게 내 몫이구나...'라는 체념과 수용의 반반의 상태로 접어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매우 불안하다. 또래의 친구, 혹은 나보다 어리지만 씩씩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왜 저러지 못하지?'하며 저절로 비교와 좌절이 올라온다.


스페인 여행을 앞둔 지금은 더하다. 에어비앤비와 호텔스닷컴, 아고다 등등을 다 들여다 볼 수록 뭘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 왜 이리 비싸고, 왜 이리 나에게 허용하기가 어려운지, 나는 도대체 뭘 원하고 이 여행에서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알 길이 없다.


그렇게 불만과 불안을 느끼며 산다. 겪어야 알겠지... '지금의 불안은 당연한거다'라며 나를 달래가면서 말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저 알 수 없음, 거기서 오는 고통을 대하는 방법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것이 최근 생각하고 있는 '연민'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번역판으로 읽었기 때문에, 마지막의 '사랑'이에요 라고 하는 것이 과연 love 인지 compassion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랑이라는 것에 연민과 공감 모두가 들어있다고 본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마음_


당신의 고통을 나도 본다는 것, 나도 다른 결이지만,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타인과 연결되는 방법이다. 이렇게 글을 써서 남기는 것도 연결을 위한 접촉의 일환이고....


그렇게 여행을 앞두고 참 혼란스럽지만, 연민의 줄기를 붙잡고 써봤다.




목요일 연재
이전 14화[영화리뷰] Memory(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