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Memory(2025)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의 진한 만남!

by Tess

제시카 차스테인이 나온다고 해서 본 영화!


개인적으로 90년대 영화를 좋아해서 보고 또 보고하지만, 이번엔 오로지 제시카 차스테인에 꽂혀서 최신의 영화를 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영화가 딥해서.. 보고 난 뒤론 '기억이란 무엇인지? 진실을 이야기해도 이 쪽에서 듣는 것과 저 쪽에서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그 차이가 얼마나 큰 갭을 만들어내는지!!!' 등에 충격을 받으며 여러가지 질문 속에 살고있다.



실비아(제시카 차스테인)는 가족 성폭행 피해자다. 어린시절부터 가족 내에서 먹잇감이 되어서 그런가... 그런 희생코드를 알아본 것인지!!! (인간이 이렇게나 잔인하다) 그녀는 학창시절때부터 남학생들이 술을 먹이고 유사성행위를 하도록 강요받았다. 이런 이유로 실비아는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와 알콜중독 모두를 앓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녀는 딸 하나를 키우며 AA(알콜중독자 모임)에도 나가고, 성인돌봄센터에서 일하며 열심히 산다.



그런 와중 실비아는 큰 마음을 먹고, 여동생과 함께 중/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을 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보기로 한 것인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 갔다. 그런데 그날 밤 어떤 남자가 자기 집 앞까지 따라와 밤새도록 문 앞에 머물렀다. 비를 맞아가면서까지.... 심지어 그녀는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때문에 집에 보안시스템을 이중 삼중으로 해놓고 사는데, 1층 현관에서 떠나지 않는 이 남자 때문에 실비아는 공황장애까지 올 정도였다.



이 일을 계기로 남자를 만난 실비아는 따지듯이, "너가 그때 나에게 한 일을 기억하느냐? 니 친구가 나에게 오럴섹스를 시켰다!"하면서 큰 공격성을 나타내는데...


알고보니, 이 남자는 조기치매를 앓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자기에게 저런 끔찍한 일을 강요한 남자도 아니었다. 그녀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그 뒤로 급속히 친해진 실비아는 이 초기치매인 남자를 낮에 돌보며,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영화도 보며 만남을 이어나간다. 결핍과 결핍이 만난 것인지, 그 둘은 깊숙히 서로에게 빨려들어간다.


특히 남자는 자기의 저런 특수한 상황과 질병에도 불구하고 실비아를 향해 직진한다.



한편, 진짜 문제는 이들의 가족이다. 실비아는 자신이 아버지란 인간으로부터 8살부터 성폭행을 당했음을 어머니에게 이야기했으나... 자신이 보고싶은대로만 보는 엄마는 이를 무시했다. 그런 방관의 폭력속에서 실비아는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이 엄마란 인물이 얼마나 무섭냐면, 자꾸만 실비아의 딸에게 접근해서 '니 엄마는 자기 판단이 제대로 안되는 사람이야. 니 엄마는 조절이 안되는 사람이야. 믿을 수 없는 사람이야'라며 흉을 본다. 자신과 딸의 문제인걸 손녀에게도 전가하는 아주 교활한 여자!!! 제일 마녀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은 치매를 앓는다는 이유로 남동생과 조카에게 집에 가둬둬야하는 강아지 취급을 받는다. 24시간 감시하에 잇어야하고, 형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부엌에도 들어가면 안되고 외출도 안된다면서... 그의 자유를 빼앗아간다. 그것도 그의 돈을 쓰면서... 어휴.



가족이란 인간들이 이렇게 잔인하다. 위한다는 위선에 꽁꽁 쌓여서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한다. 이게 그렇게나 무서워보였다.



특히 영화 속의 남자주인공들은 대부분이 찌질해보였는데, 이는 실비아의 여동생 남편도 마찬가지다. 원가족, 부모로부터 뛰쳐나온 실비아는 혼자의 힘으로 아둥바둥 사는데, 유일하게 의존하는 대상이 동생 애니다. 공동육아형태로 자신의 딸을 함께 키우면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애니에게 공유한다.



영화에서 실비아가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학상시절에는 술을 먹여진채.. 여러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어머니 앞에서 이야기하며 패닉에 빠지는 씬이 나온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이기도 한 듯! 이때 애니의 남편은 "우리집에서 그런 이야기하지마"라면서 진실을 안듣고 안보려고 한다. 전형적인 겁보, 회피형 인간인데 이게 그렇게 밉더라.


엄마와 언니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여기도 받아주고 저기도 받아주던 애니도 마찬가지고.... 에효



그리고 이것이 대대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실비아는 자신의 딸을 초밀착감시한다. 13살쯤 된 딸이 친구들이랑 놀고싶고, 남자친구도 사귀고 싶어하는데.. 이를 다 차단하고 안된다고 한다. 자신의 경우를 투영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이 깊은 염려가 또 딸의 앞길을 막고 있다. 딸은 또 딸의 인생을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더 큰 문제는 그 어린 딸이 엄마를 심하게 걱정하는데 잇다. 실비아는 한 번씩 발작증상이 오면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침대 밖을 떠나지 못한다. 그저 울기만 한다. 이 취약한 모습을 보고 자란 딸은 불안해 어쩔 줄을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에 치매걸린 남자와 연결시켜주는 것도 결국은 딸이다. 나는 이 부분이 그렇게 암울해보였다. 실비아와 남주가 해피엔딩으로 되는 것은 둘째치고, 그 예쁘고 어린 딸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 말이다... 이게 바로 업이라는걸까?ㅠㅠㅠ






영화 '메모리'는 또 다른 영화 '세계의 주인'과 많이 닮았다. 친족 성폭행을 소재로 삼은 점, 청소년기의 여자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점 등등_


그러나 이를 대하는 가족의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세계의 주인의 엄마는 한 번씩 오는 딸의 광기와 발작을 받아준다. 자신의 몸으로 삭히고 또 삭히지만... 세차장에 데리고가 실컷 울고 소리지르게끔 환경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메모리'의 차갑디 차가운 중산층의 엄마는 부정만 한다. '나는 몰랐어. 너 말을 믿을 수가 없엇어'하면서 2차 가해를, 그 화살을 또 딸에게만 돌린다.



그 둘의 태도가 피해자를 주인이처럼 '나는 그래도 잘 살거야. 잘 살고있어'라는 처절하지만 밝음을 주느냐...


혹은 '엄마만 보면 발작하고, 딸을 키우면서 오는 불안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살아만 있는' 좀비같은 모습을 보이느냐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실비아에게 그 상처를 모두 안고 "살아있음"을 선택해서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살아있음을 매 순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얼마나 힘들지... 그것이 당신의 위버멘쉬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누구나 상처를 갖고 산다. 가만히만 살아도 어딘가에서 날라오는 돌에 맞는 것이 인생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시기를 넘어, '상처를 안고'사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_


그 사람들의 위대함을 따라가고 싶다. 이 영화도 그런 점에서 울림이 짙었다.


꽃샘 추위가 있는 날_ 차가움과 뜨거운 감상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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