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의 시간

by Tess

어제 회식을 안간 뒤로, 여러 학교 샘들에게 메세지를 받았다.

"오지 그랬냐. 밥먹는데 생각 많이 나더라. 함께 못해서 아쉬웠다. 다음에 같이 오자" 라는데... 이걸 보자 짜증이 솟구쳤다.

심지어 동료이자 친구인 애는 '부장이 너 삐졌냐고 물어보던데?'라고 까지 하더라. 여기에 그건 그 사람의 문제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건 없어라고 답했다.

아니, 회식에 안가는게 뭐가 그렇게 문제지? 내가 내 시간을 원하지 않는 곳에 안가겠다는데, 같이 밥먹기 싫다는데, 심지어 미아사거리까지 가서 애슐리 먹고 싶지 않다는데...

"이유가 뭐야?"하면서 꼬치꼬치 묻는다.

-아니, 가기 싫어서요 ㅋㅋㅋㅋㅋㅋ 나 진짜 안가고 싶어서 안간거야. 뭐 딱히 이유가 없어. 그리고 안간 덕분에, 나는 퇴근길에 동사무소 들려서 주민등록증도 재발급받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반납하고 또 빌려왔으며, 집에와서 옷갈아입고 우이천에 나가서 4.5km나 뛰었다고!!! 이 모든 게 회식을 안가서 가능했다.

먹기도 싫은 곳에 끌려가서 머릿수 맞추고 교장 비위맞추는 대신, 퇴근 후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자유롭게 보냈다. 집에 와서도 새 밥 지어서 햄구워서 야무지게 먹고, 음쓰+일쓰 버리고, 바닥도 청소하고, 빨래까지 돌렸다!!!

분노의 에너지까지 들어가니까, 힘이 솟구치더라 ㅋㅋㅋㅋㅋㅋ

예전엔 "왜 안와~ 와서 밥먹고 가면 좋았을텐데" 하는 말이 관심의 표현으로 들렸다. '아 내가 빠졌다고 이렇게 챙겨주는구나' 하면서 나의 부재를 알아봐주는걸 고마워하고 관심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침범의 신호'로 들린다. 내가 분명 처음부터 몇 번이나 '못간다. 안간다. 안가고싶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걸 듣지 않고 '참석'에 동그라미 치더니.. 저항하니까 뭐라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벽같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왜 이리 내 말을 듣지 않는 것인가!!! 이곳에서 나는 무력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나는.. 전남편 회식자리에도 가서, 그 사람의 직장동료들 사주를 봐주곤 했다. 참나, 지금 생각하면 진짜 베알도 없는 년이었다. 저런게 내조인 줄 알았다. 전남편이 워하고 그를 위한 일이라면, 내 기분이 어떻든 내 건강상태가 어떻든지간에 갔다. 그 정도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닌지 구별도 못했을 뿐더러, 나에게 그런 선택지가 있는지도 몰랐다. 내 회사도 아닌 곳에 가서, 온갖 사회력을 끌어다가 잘보이려 애를 썼었다.

지금은 왠걸, 내 직장 회식도 안간다. '못가는 게 아니라, 안가는거에요' 하면서 확실하게 하고 안간다. 그리고 야무지게 내 시간을 나를 위해 쓴다.

나는 나에게 저런 폭력을 행하고 싶지 않다. 한낱 계약직인 내가 과잉충성을 할 이유도 없을 뿐더러, 스스로에게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고 싶지도 않다. 퇴근 후, 내 시간은 내 스스로 알아서 보내고 싶은 걸, 침범받고 싶지 않다.

좋은 사람과 대화를 하기도 아까운 시간이다.

그렇게 나는 내 세계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방해를 하는 것 같다면 적극적으로 쳐낼 것이다. 그 어느 것도 나의 세상을 침범할 수 없다. 일은 일일뿐이고, 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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