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새옹지마
"인생은 새옹지마"
북한에서 온 의료인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한민국에서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의료법상 "한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의학대학을 졸업한 자"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대한민국 정차 초기 참 허무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이것도 대한민국의 법적 기준이기 때문에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실의에 빠져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하고 막막한 미래로
허둥거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지인으로부터 행사 하나를 추천받았습니다.
대한 여한의사회 새로운 회기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회장의 취임식 행사였습니다.
회장 취임식에는 역대 회장님 소개, 전임 회장 및 신임 회장의 소개와 함께 새로운 임원진도 한 사람 한 사람
인사하고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프레스센터 19층의 한 홀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당시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크고 어마어마한 느낌이었습니다.
추천으로 왔으니 행사 초반에 저한테도 간단히 인사를 시키더군요.
북한에서 온 한의사 - 당시까지만 해도 꽤 신기했고 희소성이 있어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쳐다봤죠.
그리고 본 행사가 시작됨과 함께 끝날 때까지 저는 꿔온 보리 짝처럼 우두커니, 후줄근한 자세로 있다가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그 행사장에서 봤던 모습들은 제 마음에 여러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우선은 우아~~ 멋지다.
여성들이 여성들만의 행사를 이렇게 큰 곳에서 이렇게 멋지게 진행하고 있구나
이곳에 모인 여성들이 참 대단하구다... 진심 멋졌습니다.
그리고 나니 제 자신이 더 비참하게 느껴졌죠.
아..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나름 북한에서는 꽤 알려져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저 그런 사람. 의사도, 한의사도 아닌, 그냥 북한의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잠깐의 호기심이나 눈길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사람~.
어떻게 하면 내가 대한민국에서 "한의사 김지은"의 타이틀을 가지고 나의 자리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2015년부터 여한의사회 임원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저는 지금 대한여한의사회 홍보이사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부러움에 쳐다보던 그 자리에 당당히 서게 된 거지요.
그 행사에서 잠깐 소개되었다가 잊혀 있던 제가 다시 임원의 지위로 그 자리에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프레스센터 취임식 때 회장님이셨던 원장님(지금은 전임 회장님이시고 고문 격이시지요)께 당시의 김지은이라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기억하셨고, 놀라셨고, 대단하다고 칭찬하셨고.
뿌듯했고 감개무량하면서도 마음속에 묘한 감정, 쾌락 같은 것이 스으윽~~ 차올랐습니다.
이렇게 여한의사회 임원으로 활동하지도 어느덧 수년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많은 분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부터 가끔은 임원 단톡방에도 올리면서 피드백을 받고 응원받았습니다.
그리고 책이 완성되었음을 알려드렸고
지난주 금요일은
여한의사회 임원분들과 함께 출판기념 사인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한테 이렇게 까지 해주실 줄 미처 생각지도 못했는데..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응원해 주시고
축하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고 감동이었네요.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책 구매해주시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책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이렇게 축하의 자리까지 마련해 주셔서 내 평생의 가장 행복한 날로 기억될 것 같네요.
의례이 하는 축하가 아닌 진심된 마음을 전달 받아서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같은 시대에
같은 직업을 가지고
동행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사랑합니다.
2021년 11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