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소하고 싶은 감정
어쩌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게 되었을까?
내가 언제 처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는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중학교 2학년 때,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것만 기억난다.
아마 나는 될 것 같다고, 그게 아니면 하고 싶은 게 없다고 거의 확신했던 것 같다.
대체 왜 그랬을까?
특별한 계기가 된 인생 드라마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추측해 보건대 아마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함이 그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들뜬 마음으로 중학교에 입학해 즐겁게 지내고 있었는데,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나를 무리에서 소외시키기 시작했다. 상당히 악의적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같은 반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에게 등 돌리는 모습을 봤다. 그때 난 관계에서 오는 불안과 불신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매일 불편하고 힘든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던 중학교 1학년 때, 유일하게 마음 편히 보면서 즐길 수 있었던 게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
자연스럽게 '드라마 =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공식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냥 힘들기만 해서, 현실을 도피하며 그저 '드라마가 재밌다'만 생각했다. 그 시간이라도 웃을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거다. 드라마를 내가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에는 못 미쳤다.
다행히도 나는 2학년 때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믿기 어려울 만큼 나를 좋아해 주던 친구들 덕분에 오래간만에 안정감을 느꼈다. 그제야 마음에 여유가 생긴 나는 '나도 드라마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당시에 내 생각은 이랬다.
'내 마음이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그걸 잊게 하는 드라마의 힘은 뭐지? 왜 그렇지? 나도 그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감정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써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그때에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깨달은,
당시에 내가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 결심한 가장 큰 계기는, 아마 '해소하고 싶은 나의 감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이유처럼, 그 당시에도 무언가 꺼내어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당장 아무에게도, 옆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언젠가는 꼭 꺼내어 해소시켜야 할 감정 같은 것들이 있었다. (실제로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은 성인이 되고 한참 지나서야 엄마에게 말했었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해소하고 싶은 감정을 글로써 풀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니. 힘들었음에도 건강한 생각을 했던, 지금까지도 이어올 수 있는 꿈을 꿨던 그때의 나를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싶다. 그때 너가 꾸기 시작한 꿈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나의 꿈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공모전에 도전하며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