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상남도 남해에서, 바다와 여름의 온도를 찾아
<사진과 함께하는 박희도 여행기를 시작하며>
그동안 많은 곳을 여행 다니면서 항상 아쉬웠던 것이 마음속에 영원히 남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소중한 사람과 잊지 못할 추억이라 생각하지만, 훗날 생각해보면 단편적인 몇 가지 일만 생각나곤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제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었습니다. 반드시 여행이 아니라 하더라도 소중한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추억에는 그 추억만의 향기와 온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추억을 더 아련히 느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길을 걷다가, 혹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추억의 냄새를 맡으면 우리는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이 향기가 무슨 향기였지 생각하곤 잊어버렸던 추억을 그제야 얼핏 떠올립니다. 그만큼 우리는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어쩌면 우리가 현재의 행복과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힘은 과거의 추억에서 얻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제가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온도와 향기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마음속에만 남아있기 아까운 그 소중한 기억을 말입니다.
<남해 소개>
남해가 1편의 여행지인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우연히 내가 사진을 글과 함께 남기기로 한 후 첫 여행지였을 뿐이다. 일부 젊은 나이의 청춘들은 남해에 간다고 하면 ‘남해 어디?’라는 질문이 나온다. 특정 지역의 아니라 한반도 남쪽 바다의 남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동해시의 경우와 같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명칭이 1,300여 년 전 신라 경덕왕 때부터 사용된 것이다.
남해는 한반도 중간의 맨 아래에 있다. 통영과 여수 사이의 섬으로, 현재는 다리가 연결되어 있어 배가 없어도 방문이 가능하다. 광역자치단체는 경상남도에 위치하며, 바로 옆이 전남 여수라 남해와 여수 간 다리가 건설된다면 더욱 그 교통의 편리성은 증대될 것이다. 남쪽의 바다(南海)란 이름에 걸맞게 어디를 가도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물론 부산과 인천, 속초 같은 곳의 바다도 정말 예쁘지만 한반도 남쪽에 위치한 남해의 남해는 자연의 초록과 파랑이 절묘하게 조화된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남해 독일마을>
사실 남해에는 크게 알려진 관광명소는 없다. 하지만 독일마을이 남해의 대표적인 명소 역할을 해주고 있다. 독일 마을은 2001년부터 조성한 곳이다. 목적은 1960년대에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 광부 등의 독일 교포들이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마을을 조성해 준 것인데, 사실 순수한 목적은 아주 좋지만 2021년 현재는 관광의 목적만이 강하다. 직접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건물은 펜션으로 사용되고 있고 관광객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관광지만의 역할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임은 틀림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독일의 느낌이 애매하게 있다. 완벽하지 않으니 그저 국내의 관광지에 온 듯한 기분이다. 우리는 놀이공원에 놀러 온 것 같다는 표현을 했다. 국가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조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차도, 표지판, 인도 등의 세밀한 부분과 독일 양식의 건물에 조금 더 디테일을 더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독일마을에는 맛집이 많다. 독일의 음식을 파는 곳이 대부분인데, 슈바인학센(독일의 족발), 소시지, 파스타 등을 판매한다. 사실 관광지의 식당에서 맛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정말 맛있었다. 내가 방문한 곳은 ‘완벽한 인생’이란 식당이었는데, 슈바인학센과 함께 나오는 플래터의 빵과 피클, 양파로 만든 무엇(?)은 맛이 기가 막혔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풍겨 나오는 빵의 풍미는 자연스럽게 ‘빵이 먹고 싶다!’란 생각으로 이어진다. 빵과 슈바인학센 그리고 피클 혹은 양파와 먹으면 박수 칠 만큼의 감칠맛이 온몸을 휘감는다. 난 이곳에서 가장 독일다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완벽한 인생
위치 :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로 30
전화 : 055-867-0108
대표 메뉴 : 석탄 치킨, 슈바인학센, 전복감태리조토 등
<원예예술촌>
독일마을 바로 옆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는 원예예술촌이 조성되어 있다. 독일마을과 절묘하게 컨셉이 이어지는 것 같지만 본질은 약간 다르다. 원예를 테마로 조성한 귀촌 마을이다. 원예전문가들이 함께 사는 마을인데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독일마을은 대부분이 펜션과 관광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원예예술촌의 집들은 그 아름다운 주택에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는 듯 했다. 독일과 서양식의 건물뿐만 아니라 일본식에 가까운 주택도 존재한다. 각 개인 주택들의 마당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사람들이 무단으로 들어가 사진 찍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사람이 있어? 정말 못났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방문해보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절대 무단으로 침입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더운 여름날에 가면 아주 힘들 수 있다. 오르막길도 길도 관광코스가 꽤 길다. 가기 전에 많이 걸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미리 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정원사들이 곳곳에서 식물을 관리하고 있었다. 어느 곳을 가도 철저하게 관리가 되는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독일마을보다 원예예술촌 쪽이 더 인상 깊었다. 이국적인 느낌도 이곳이 더 강했다. 더운 날씨에 간다면 시원한 물을 미리 들고 가는 것이 좋다.
<바람흔적 미술관>
이름이 2000년대 초반의 감성 같다. 실제로 이 미술관의 로고(?)도 옛날 감성이 물씬 풍긴다. 아주 긍정적인 뜻이다. 장애를 가진 분이 아니라면, 처음에 주차하고 조금 걸어 내려가야 한다. 그리 멀지는 않다. 내려가니 ‘오길 잘했구나’ 생각했다. 보통 산과 강에 위치한 미술관이나 관광지는 거의 없다. 있어 봐야 정자다. 하지만 이 미술관은 산과 강이 굽어가는 곳에 있다. 이곳이 한국과 현대가 아주 절묘하게 섞여 있었다. 바람흔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람개비들이 많이 있었다. 높이와 위치, 디자인과 방향 모두 빈틈없이 훌륭했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처럼 황홀했다. 이는 바람을 테마로 설치미술가 최영호 작가가 설치한 작품이다. 역시 미술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이곳은 마치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듯했다.
미술관 내부는 크게 특별한 것이 없이 평범한 작은 미술관이다. 관리가 잘 되고 있다.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실내도 함께 구경하면 좋을 듯하다. 입장료는 없다.
위치 : 경남 남해군 삼동면 금암로 519-4
<남해 기타 가볼 만한 곳>
남해는 아직 개발이 크게 되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관광지에서 관광지를 혹은 관광지에서 숙소를 오가다 보면 생각지 못한 멋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지 않은가. 달리다 보면 아주 큰 나무들도 많이 보인다. ‘보호수’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 나무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기도 한다. 그냥 차로 지나치지 말고 보인다면 한 번쯤은 차를 정차하고 그 분위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국립 남해편백 자연휴양림은 남해에서 숙박하기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다. 아침에 일어나서 휴양림 일대를 걸으면 따듯하고 푸른 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향긋한 자연의 냄새와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 이것 또한 훌륭한 여행이지 않을까. 다만 이 순간만큼은 혼자 걷길 바란다. 핸드폰도 내려두고 아무 생각과 근심 없이 자연에 내 몸을 맡기고 걸으면 더 좋다. 나는 카메라 하나 덜렁 메고 걸었는데, 만약 다시 간다면 시집 한 권을 들고 걷고 싶다.
국립 남해편백 자연휴양림
위치 : 경남 남해군 삼동면 금암로 658
전화 : 055-867-7881
예약 : 인터넷을 통해 예약
<첫 여행기를 정리하며>
여행은 나 자신과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멋진 경치를 보고 맛있는 것을 먹는 과정에서 그것들의 가치를 체감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여행은 필요하다. 힘들고 지칠 때 잠시 그 세상을 탈출한다는 것. 또한 그 탈출한 곳에서 잊지 못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이 과정을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공유를 하며 그 폭을 넓혀가는 것을 이젠 내가 해보려 한다. 세상을 조금 더 사랑하려 한다.
더 많은 사진을 보고 싶으시다면, 제 인스타그램에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여행기에 올리지 않은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