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암환자의 일상

아들

by HEE

나는 중1 아들을 둔 아주미이다.


아들은 나를 닮지 않아 순한 편이다. 사나운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순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여하튼 애는 참 착하다.


100일 만에 나는 회사로 복직했던 매정한(?) 엄마였다. 아이를 키우려면 하던 업무를 계속해서 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물론 그 선택이 틀렸는지 맞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인생의 대부분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아프고 난 뒤 후회하지 않기 연습을 하고 있다. 다행히 나는 하던 업무를 계속할 수 있어서 익숙한 업무를 업무시간 내에 처리하고 야근 대채로 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홀리듯 퇴근하면 그 쪼꼬만 게 그래도 엄마라고 열심히 기어 와서 신발을 벗지도 못한 체로 안아달라고 쳐다보는 그 눈빛을 외면할 수 없어서 무릎 꿇어 안아주던 것이 잊히지가 않는다. 그야말로 작고 소중한 뽀시래기였다. 앞에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사납고 지독한 인간이라,,, 18개월 회사에서 유축을 해가며 모유수유를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18개월을 열심히 먹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는 나를 엄청 사랑해 줬다. 우유를 주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잊히기 마련인지 정말, 수월한 육아를 했던 것 같다. 잠은 좀 없는 편이었는데 내가 잠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없었다. 먹는 건 정말 주는 대로 잘 먹었다. 그래서 사춘기가 얼마나 지독할지 내심 두렵다. 지랄 총량의 법칙을 대입한다면 나는 꽤나 두려운 사춘기 시절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혹시, 사춘기 씨게 겪었던 분들은 이렇게 해주면 좋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 애지 간한 일로는 안 두려운데 아들의 사춘기는 좀 두렵습니다. )


여하튼, 아들은 매우 순하고 착하다. 그래서 내가 혹시나 없으면 여기저기서 상처를 받게 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에..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아니, 군대 제대까지만 꼭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한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보다 (물론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다. )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오지라퍼는 아니지만 따스한 사람이 되길 그래서 어디서든 밉상이 아닌 환영을 받는 어딘가 매력 있단 말이야.. 그런 멋진 남자가 되길 바란다.


중요한 시기에 초1, 중1 엄마가 아파서... 미어캣처럼 눈치 보는 아들이 너무나 안쓰러워 자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훔치지만 엄마가 살아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널 지켜줄 테니 마음 편히 지냈으면 바랄 것이 없겠다. 추워서 오들오들한 게 며칠 안된 것 같은데 벌써 봄이 왔나 보다. 나의 소중한 뽀시래기야. ( 이제는 나보다 크다 ) 널 낳은 것이 내가 세상에 태어나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 같아. 너무 부족한 엄마였을 테지만 말이야. 하루하루 늘 건강히 행복하렴. 엄마가 어디서든 기도할게.


오늘은 엄마한테 전화 한번 걸어봅시다. 엄마들은 노상 자식들을 생각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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