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nummer

EP02. 유학생, 독일에서 외노자가 되었다

재미없는 나라에서 죽을때 까지 재미있게 살기

by 란트쥐





2014년 대학을 졸업했을 때, 졸업장을 학교 사무실에서 찾아가라고 연락이 와서 받으러 갔었다.

한국대학은 입학만 하고 졸업은 해보지 않았지만, 한국대학처럼 졸업식이 거창하게 있는 건 아니었고

내가 다녔던 대학은 -디자인대학이라 학교가 크지 않았다- 과마다 학교에서 레스토랑을 빌려서 저녁을 먹으며 세리머니를 했다.


졸업장 -과 성적표-을 한 달쯤 뒤에 사무실에 가서 받아오는데, 항상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받아가던 그 직원이 웃으면서 "축하해, 이 서류로 취직을 해도 되고, 더 공부하고 싶으면 더 공부해도 돼” 하고 학교 압인이 찍힌 서류철에 한가득 종이를 담아 줬다.





Herzlich Glückwunsch!

alles gute für deine Zukunft


축하해, 너의 미래를 응원해





새로운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에게 이 나라를 조금 알록달록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독일에서 대학을 입학하던 그즈음, 독일이 학사 (Bachelor 바첼러, Master 마스터, Diplom 디플롬)와 석사 시스템으로 바뀐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디자인과는 대부분의 학교가 이미 학사와 석사 시스템으로 바뀌었었고, 필드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통합시스템인 디플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학사를 마쳤을 때 동기들 중에 바로 취업을 한 친구들은 한 손에 꼽을 만큼이었고 대부분 석사를 시작하거나 석사를 하기 위해 인턴을 하던가 (몇몇 학교의 석사지원 조건에 6개월 - 1년간 일 경험이 필요했다) 전공을 바꾸어서 학사를 하나 더 따러 갔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도중에 독일 학비가 다시 없어지게 되었는데 (feat. 동일본 대지진) 그래서 지금도 학사를 두 개 가진 동년배 동료들이 종종 있다. 학비 없이 학생회비만 내면 됐는데, 이제는 독일도 주별로 비 유럽연합출신 외국인에게 학비를 받는다.


학사를 마치고 나는 1년의 일 경험이 필요 없는 석사과정에 지원했는데 학사 학기 중에 6개월간의 의무인턴 기간이 있어서 석사지원 때 인턴경험이 있는 채로 지원할 수 있었다. 학사를 정말 힘든 학교에서 소위말하는 힘들게 공부를 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예술대학에 포함된 디자인과 석사는 너무 여유롭고 재미있었다.

정말 좋은 친구들과 대학원과정을 재미있게 시작했고 즐겁게 공부했다. 물론 매일매일이 반짝반짝 아름다운 세 상인건 아니었지만, 내가 이겨낼 수 있는 비바람 정도라고 생각했다.



석사학위를 따고, 모든 서류를 내고 성적표와 졸업장, 졸업시험 점수가 찍힌 서류 원본과 함께 묶음공증이 되어있는 3부의 성적표와 졸업장을 받았는데 직장을 구할 때 필요한 서류니까 그때 쓰라고 학교에서 준비해 주는 서류라고 했다. 그 종이 뭉치를 받아 들고 포트폴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포트폴리오용 사진촬영 중. 애물단지처럼 아직도 잘 모셔지고 있는 작품들








드디어 내 인생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던 소속감이란 것이 사라졌고, 어딘가에 소속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나는 동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비자가 필요한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독일에 머무르려면 빨리 취업을 해야 했다. 독일에서 학위를 마치면 학사나 석사시험이 있던 그 시점을 시작으로 18개월간 일 구하는 비자가 나온다. 그때 당시엔 그 비자로 일도 할 수 있고 회사를 지원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규정이 조금 바뀐 것 같은데 학교 졸업하고 비자 바꾸러 가면 담당자와 상담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 구하는 비자는 외국에서 대학 학위를 받은 사람도 신청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좀 짧게 나온다 (6개월) 그 비자는 일 구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일을 구하면 비자를 바꾸어야 한다.


그때 당시 내 상황에서는 학사, 인턴, 석사 모두 다 독일에서 한 거라 한국으로 지원을 하려면 한국에 맞게 번역을 해야 했고 배경설명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았기 때문에 독일 + 독일어권에서 일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살고 있는 도시, 그 인근 그리고 내가 살고 싶었던 독일 도시 위주로 지원을 했고, 나중에는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지원을 했는데,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새로운 공고가 떴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예술대 학생증은 여러 미술관 입장을 무료로 할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경험한 독일에서 디자이너가 일자리를 찾는 경로는 공고사이트, 회사가 직접 학교에 모집공고를 하는 경우,

독일어로 Vitamin B, 비타민 B (지연을 통한 연결)를 통한 면접이 있다.


- stepstone, indeed, dasaug 그리고 linkedin 정도를 매일매일 확인했다.

물론 지금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디자인분야 일자리 공고가 많이 올라오는 사이트이다.-


- 졸업생이 있거나, 학교 근처에 회사가 있는 경우 혹은 여러 경로로 추천을 받아서 회사에서 직접 학교로 혹은 학생을 통해서 모집공고를 보낸다. -


- 외국인에겐 좀 어려운 경로이긴 한데 인맥을 통해 회사 인사과나 담당자에게 바로 이력서를 보내게 되거나 혹은 면접단계로 바로 가는 경우가 있다. -


나는 공고사이트를 통해 지원을 해서 면접을 본 적이 있으나 회사가 별로였던 경우와 회사가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니었던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지역명 + 디자인을 검색하거나,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회사를 검색해서 일자리 공고가 있는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공고 중이진 않았지만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에 지원을 해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보냈다.


3월 말부터 포트폴리오 작업을 시작해서 4월 중순부터 지원을 시작했고, 지원을 하면서 약간의 요령이 생겨서 회사의 성향에 맞춰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에 변형을 주고 5월부터 면접을 한두 군데씩 보기 시작했다.



포트폴리오나 자기소개서를 완벽하게 만들어서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으나 포트폴리오가 일단 완성이 되어서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정리를 해서 지원부터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선 예술가를 찾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것도 아니다.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고, 이러이러한 작업을 하였으며 이러이러한 능력이 있다 하는 걸 보여주면 회사에 데리고 와서 우리 회사에 맞추어서 또 여러 가지를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포트폴리오는 본인만족에 가까운 디자인작업이다.

자기소개서는 회사에 지원을 하면서 조금씩 회사에 맞추어 변형을 하게 되는데 지원을 하면서 조금씩 배우게-깨닫게- 된다.



면접을 보면서 면접 보는 방법과 질문하는 법 (대답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독일회사에서는 꼭 면접자에게 질문을 여러 개 한다)을 배웠다.






그리고 지금 회사는 5월에 지원했다가 한번 거절을 당했는데, 7월에 다시 연락이 와서 전화 인터뷰를 보고 8월에 회사에서 다시 인터뷰와 업무평가를 보고 그날 가계약서를 쓰고 왔다.

- 회사와 내가 살던 곳이 꽤 많이 먼 곳이라 하루 만에 인터뷰와 업무평가를 다 보느라 8시간 정도 있었는데 우리 회사에 이제 저렇게 면접을 보는 경우는 없어졌다 :)


이사와 아르바이트하던 곳 정리를 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해서 일은 10월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나는 그렇게 외노자 생활을 내 생에 처음 겪는 깡 시골 라이프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회사는 공고가 나지 않은 회사였는데, 지금 공고가 나지 않았지만 관심이 있다면 이력서를 보내보라는 회사들이 있다. 공고페이지에 그런 글이 있다면 지원해 봐도 좋다. 지원해서 면접을 볼 수 있다면 합격이 되지 않더라도 면접 연습을 해 볼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합격할 수도 있는 일이라 지원자 입장에선 나쁜 일은 아니다.


흔한 동네뷰


독일에서 학위를 받고 전공과 동일한 직업을 갖게 되면 24개월 이후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 (블루카드를 받는 업계나 그만큼의 월급을 받으면 몇 개월 줄어든다) 일을 시작한 시점이 아니라, 노동비자를 받고 24개월 지났을 때 영주권 신청을 했다. 나는 일 구하는 비자로 일을 할 수 있었던 시기라서 영주권 카운트가 좀 더 뒤에 시작되었다.


내가 영주권을 받을 당시 아직 Einbürgerungstest (Leben in Deutschland) 의무가 아닐 때 여서 시험 없이 영주권을 신청하고 받았다.

영주권 전 노동비자 연장을 했을 때 무려 18개월이 걸렸었는데, 외국인청 직원이 일을 하지 않고 미뤄서 그랬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직원은 해고가 되었고 나는 외국인청 직원들이 이름을 다 외우는 외국인이 되었으며 영주권 신청했을 때 매우 세세하게 어떤 프로세스가 진행되는지 설명을 듣게 되었다. 다만 영주권을 받을당시 여권을 막 받았을 때가 아니라 여권 유효일과 영주권유효일이 이제 약 일년정도 남았다. 여권을 재발급 받고나면 영주권카드를 재발급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올해 시간이 적당할 때에 처리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EP02.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