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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회동 Sep 06. 2020

섬 같은 아이가 있다.
강으로 둘러싸인 사실을 잊은 채 언제나 육지를 바라보던 그 시선.
가진 것에 미소 짓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묻힌다.
같은 땅이지만, 아이가 서있는 곳은 늘 비좁다.
유독 자갈이 많고 장난기 많은 파도는 아이를 좀처럼 가만두지 않는다.
아이는 오늘도 선착장에 앉아 오지 않는 배를 응시한다.
이따금 청설모 한 마리가 그루터기 위에 올라가 고개를 숙이고 존다.
눈에 띄게 외롭고 싶은 모양이다.
햇살 커튼이 내려지고 바람마저 발걸음을 옮길 때면,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한다.
행복을 손에 쥐면 그 행복에 금이 가지 않길 바라며 일찍이 불안해하는 본성은 숨길 수가 없다.
가엾다.
가여운 아이는 섬이다.
육지에서 떨어져 나온 섬 같은 아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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