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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회동 Oct 26. 2022

정 작가의 요리교실

요리왕을 꿈꾸며

안녕하세요!

오늘은 글을 요리할 거예요.

기억에는 다양한 재료가 있지만,

우리는 그중에서도 상처를 꺼내 쓸 겁니다.


글을 요리하는 데에 있어서 상처는

아주 좋은 재료가 됩니다.

다른 말로는 아픈 기억이라고도 하죠.

비슷한 재료인 추억이랑은

구분해서 사용하도록 합시다.


아, 물론 상처에 조미료를 써서

이것저것 섞어 볶아내면

추억과 엇비슷한 모양새가 되긴 합니다만,

어쨌든 근본적으로는 다르니까요.

우리는 구분하자고요?


아무튼 기억에서 건져낸 상처를

사골 우려내듯 푹 끓이면,

그때의 다양한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겁니다.


자, 이제 요리의 맛을 결정해야 합니다.

원하시는 맛은 어떤 맛인가요?

다시 회상해도 씁쓸한 맛?

무뎌져서 담백한 맛?

후회로 울적한 맛?


뭐 이것 외에도 다양한 맛이 존재하니까요,

원하시는 맛을 정해서 건져내시면 됩니다.


건져낸 감정은 따끈따끈한 상태입니다.

기억하기 싫은 그때로

자꾸만 우리를 끌어당기거든요.

여러분은 개의치 마시고

건져낸 감정을 무심히 손으로 풀어주시면 됩니다.

좋아하는 조미료 치는 거 잊지 마시고요!


저 같은 경우는, 그러네요. 상처랑 함께

어울리지 않는 재료를 섞는 걸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애정이나, 욕망,

그리고 꿈, 희망 같은 것들이죠.


대개 어울리지 않아 도중에 바스러지곤 합니다만,

뭐 어떤가요.

망해도 원하는 맛은 나옵니다.


몇 가지 재료를 추가해 조미료를 치고 나면

상처는 꽤나 좋은 글 모양새를 갖추게 됩니다.

이제 주변에 미사여구를 곁들여

종이 위에 다듬고 나면 완성입니다!

행복한 요리시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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