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소개팅> 시즌2를 기다리며
2025년에 가장 재밌게 본 연애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72시간 소개팅>을 말하겠다. 이 프로그램의 구성 방식은 독특하다.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72시간을 함께하고, 마지막 날 최종 선택을 하게 된다. 실제 커플이 나올 만큼 꽤 진정성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각 에피소드 별로 여행지와 출연자들의 매력이 모두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72시간 소개팅>에서 사랑을 보여주는 연출의 차이
기존 연애프로그램들의 다인원 시스템 방식은 필연적으로 ‘공감의 부재’가 드러난다. 모든 출연자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1시간 남짓한 분량에서 여러 커플들을 담다보니, 커플들의 감정선이 아주 얕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시청자들은 어렴풋이 '저 둘이 잘되가고 있나보네.' 정도로 띄엄띄엄 판단할 뿐이다. 출연자들과 시청자 사이의 공감이 존재하지 않은 자리에는 “얼마나 봤다고 저래?” 라는 의구심으로 빈 공간을 채웠다. 출연자들끼리의 갈등과 매 회차마다 달라지는 마녀사냥의 대상은 공감의 부재로 인한 부산물이다. 사랑보다는 갈등과 혐오같은 자극적인 감정이 도드라질 수 밖에 없다.
<72시간 소개팅>은 정 반대의 행보를 택했다. 단 두 명의 남녀가 한 회당 1시간, 2주 분량의 에피소드를 온전히 끌고 간다. 소위 ‘도파민 터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지만 지루함 대신 깊은 몰입감을 이끌어냈다.
우리 모두 같은 비행기에 탔다.
나는 시청자가 아니라 그들과 같은 여행자였다.
모든 에피소드의 공통적인 장면이 있다. 출연자들은 공항에서부터 캐리어를 끌고 설렘과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비행기에 탑승한다. 적재적소에 나오는 비행기 효과음이나 기내 안내방송같은 이펙트를 준 출연자들의 인터뷰 편집이 내가 지금 여행 중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여행지를 표현하는 연출 또한 한몫했다. 화면에서 나오는 타이완의 햇살이 뜨겁게 느껴졌고, 삿포로의 여름 바람은 서늘하게 피부에 와닿는 듯 했다. 방콕의 화려한 밤 분위기에 두 눈이 즐거웠다.
긴 러닝타임은 출연자들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소였다. 낯선 공간에서도 시종일관 다정한 사람, 온 몸이 땀이 젖어도 불평 없이 츤데레처럼 짐을 들어주는 사람, 상대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밤새 정주행하고 아침에 드라마에 나온 요리를 해주는 사람, 상대가 너무 좋아질까봐 겁이 난게 눈에 보이는 사람… 또한 출연자들이 자신의 상대에게 애정어린 말과 행동들이 담긴 겹겹의 시간들을 쫒아가다 보면 사랑이 잔잔한 파도처럼 드러난다. 시청자들은 공감하게 된다. 72시간은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임을.
사랑을 아는 사람들이 만드는 사랑 이야기
유투브 채널 <머니그라피>에서 유규선과 원의 독백이 밝힌 후일담이 있었다. 말수가 없는 출연자를 위해, 일부러 운전을 오래 할 수 밖에 없는 여행 코스를 만들었다.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상대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제작진이 출연자를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아꼈을지 싶은 대목이었다. 결국은 <72시간 소개팅>이 훌륭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이유는 명확하다. 제작진들이 모든 출연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만들었기에 사랑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