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타는 연습을 했던 그 마음으로.
결론부터 말할게. 모든 사람이 면허를 딸 필요는 없어.
솔직히 나는 차를 사긴했지만 내 한 몸 움직이자고 이렇게 거대한 기계를 이용해야 하나 싶어.
그렇게 자주 외출하지도 않는데 갈 때마다 택시를 타도 그쪽이 남는 장사같기도 해.
아니 비용이나 환경을 다 떠나서 나한테는 그 운전감각이라는 게 없어.
심지어 카트라이더도 안 하잖아.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지.
카트라이더에서 너무 이상한 방향으로 가면 시스템이 다시 강제적으로 정면을 바라보게끔 재조정 해주는거 알지? 나는 그 재조정만 하다가 게임이 끝나더라니까.
근데 도로 위에 누가 내 위치를 그렇게 재조정해주는 사람이 있겠어?
사실 면허를 딴 지 3개월인 지금도 운전석 문을 열고 앉는 것 조차 긴장이 돼.
서른 셋에 이렇게 매일 목숨을 걸고 할 일이 흔치는 않잖아.
그럴때마다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처음 탔던 그 때를 기억해.
고층 백화점에서 계단이 쉼없이 움직이고,
에스컬레이터 끝 지점에서 계단이 삼켜질 때 내 발도 삼켜질 것 같았던 그 때.
엄마랑 언니랑 하나! 둘! 하면서 입으로 박자를 맞추며
계단의 흐름에 발을 디뎠던 그 때.
그 이후로 몇번은 더 긴장하면서 엘스컬레이터를 탔었잖아.
근데 지금은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린다는 의식도 없이 자연스럽게 흐름에 올라타잖아.
심지어 이야기를 하면서도 음악을 들으면서도 올라 탈 수 있지.
운전도 그래. 지금은 모든 게 다 떨리지만,
그리고 언제든 사고는 일어날 수 있으니 무척이나 두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처럼
이런 일쯤이야 일기장에 쓸 수도 없을 정도로 평범한 일상 속 한 장면이 되겠지.
그러니까 너도 혹시 운전을 망설이는 이유가 단지 무서움때문이라면
나를 믿고 한번 시작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