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년 널뛰듯이라는 말이 있다.
미친 여자가 재미도 모르고 널을 뛴다는 뜻으로, 멋도 모르고 미친 듯이 행동하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내가 딱 그 모양이다.
복직이 가까워질수록 미친년 널뛰듯 다니고 있다.
눈 온 다음날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새벽을 가르며 제주도로 간다.
나는 눈 덮인 윗세오름에 오르고 싶었다.
전날은 전면통제였으나, 오늘은 일부 등산로가 열렸다.
제주공항에서 밥을 먹고 라면을 사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채우고 택시를 타니, 기사님이 오늘 영실통제소까지 택시는 못 올라가고 체인 감은 버스는 올라가니 제주 버스터미널에 내려준다고 하신다.
(그러나 버스타고 가다보니 통제는 안 하더라.)
예?
제주 버스터미널에 앉아 40분 뒤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생각을 해 보았다. 버스는 영실 매표소까지만 가니 매표소에서 통제소까지 40분, 기다리는 시간 40분, 버스 타는 시간 1시간……등산 시간이 너무 빡빡할 것 같아 목적지를 바꿨다. 어리목으로 가서 어승생악에 가 보자.
그나저나
이 터미널에 앉아 있으니, 제주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찐 사투리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많이 순화된 거였구나……갑자기 신이 났다.
240번 버스를 타고 어리목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어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다.
스패츠를 두르고 아이젠을 등산화 위에 씌우고
눈길을 오른다.
산을 오르던 내가 말이 많아진다.
힘들어하는 아주머니를 보면 “뒤돌아보세요. ”라고 말하면서 설산 풍경을 안내하고
입이 비쭉 나온 아이들을 보며 “씩씩하네”라고 격려해주고.
어승생악은 금방 오른다.
그래도 풍경이 멋지다. 백록담과 제주 바다가 다 보인다.
한참을 산구경 눈구경을 하다 내려왔다.
다시 30분을 기다려 240번 버스를 타고 제주도립미술관에 들렀다.
버스에서 내려 오로지 나만 이 공간을 차지하듯 걸었다. 나는 이런 느낌이 참 좋다. 햇살이 비치는 길을 홀로 걷는 이 느낌말이다. 살아있는 것 같다. 올해 참 많이 느낀 감정이다.
미술관을 둘러보고 해가 지기 전에 바다로 갔다.
해가 넘어가기 전,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바다를 찍고 하늘을 찍다가
문득 사진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나는 왜 이렇게 찍어대고 있는 걸까?
내 뇌에는 엄청난 저장공간이 있는데
나는 왜 핸드폰 저장공간만 파먹고 있는 걸까?
피곤하다.
고기국수 한 그릇을 먹고 공항으로 간다.
공항에 멍…하니 앉아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 본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나는 어디를 향하고 있나.
나는 바람이 불면 바람에 따라 흔들릴 것인가.
그럼에도 나는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