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사기도를 합니다.
맛있는 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나의 다짐은 눈 뜨자마자
아우 짜. 간이 왜 이래.라는 말로 묻혀버립니다.
감사히 먹겠다고 했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늘 점심은 우동입니다.
젓가락을 넣기 전에 가만히 바라봅니다.
멸치 육수를 낸 국물과 통통한 면발
대파 유부 김가루 그리고 쑥갓
우동 한 그릇에는
이른 아침 비닐을 덮고 모종을 심는 농부의 부지런함도
밤바다로 나가는 선장의 책임감도.
공장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젊은 직원의 막연한 마음도
이역만리에 가족을 두고 그물을 올리는 외국인 노동자의 애달픈 삶도
아침부터 문을 열고 재료를 손질하고 테이블을 닦는 식당 주인의 손길도
다 담겨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점심을 먹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먹습니다.
내 삶도.
누군가에게는
귀한 한 끼 식사가 되기를
나는 그것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