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댓바람부터 벨베데레 궁전으로 간다.
벨베데레 궁전은 지금은 미술관인데
클림트 키스로 유명하다.
제일 이른 시간에 들어가 키스 앞에 서니
나 요즘 왜 이러냐.
마음이 벅차오르고 코끝이 찡하면서 왈칵한다.
눈부신 황금빛이다.
황금비가 내린다.
사랑하는 연인이 찬란해 보인다.
예술이란 이런 것인가.
키스 외에도 정말 좋은 작품이 많다.
부지런히 돌아보고 나오니 날씨는 좋고 허리는 아프고
밥 먹은 지 두 시간 됐는데 또 배가 고프다.
뭘 좀 먹고 움직이자. 싶은데 눈앞에 한글이 보인다.
비엔나분식. 홀린 듯이 들어가서
불고기 비빔밥을 먹었다.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져
트램을 타고 훈데르트바서하우스로 간다.
나는 이 사람을 여행 준비하며 알게 되었는데
나는 빈 하면 이제 이 사람이 생각날 것 같다.
여긴 그야말로 사람이 사는 집이고
조금 옆에 쿤스트하우스빈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감상했다.
보고 또 보고.
순수하고 멋진 작품에 끝없이 감동한다.
맘 속에 초록색이 차오른다.
나에게 비엔나는 이제 훈데르트바서다.
발걸음을 돌려 슈테판성당으로 간다.
가는 길에 기념품도 몇 개 사 본다.
드디어 짠 슈테판 성당.
진짜 크고 멋지다. 그러나 딱 그것뿐이다.
아 멋지네. 하면서 돌아선다.
길거리를 걷다 보니 페스트조일레도 보이고 오르간 연주를 한다는 성피터 성당도 보인다.
왼쪽으로 꺾으니 사람들이 길가에서 뭘 먹는다.
나도 줄을 서다 보니 여기가
비엔나 3대 카페 중 하나인 카페데멜이다.
뭔지도 모르고 ‘캔아이해브어스몰사이즈플리즈’라고 하고 하나 받아 든다.
엄청 부드럽고 엄청 상큼하고 달콤하다.
길가에 서서 맛있게 먹었다.
길을 가다 보니 호프부르크 왕궁도 지나고
높은 음자리표가 있는 왕궁정원도 지나고
제체시온에 도착.
멋지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로 기꺼이 나아간 이들.
나는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를 보고 싶었다.
벽화니까 와야만 볼 수 있잖아. 그럼 와야지.
9번 교향곡을 들으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았다.
내용을 찾아봤지만 잘 모르겠다.
그런가 보다. 하고 나온다.
제체시온 맞은편
재래시장으로 간다.
홀린 듯이 쌀국숫집으로 들어가 완탕면과 롤을 먹는다.
배도 부르니 시장구경도 하고 물도 사고
일부러 까를성당 앞길로 걷는다.
오늘 하루종일 다니면서 사진 좀 찍어주세요. 를 많이 했는데 혼행객에게 저마다 기꺼이 잘 찍어주셔서 참 고마웠다.
특히 이 까를 성당 앞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무릎까지 바닥에 붙이고 사진을 찍어주신다. 어머나. 진심으로 고마웠다. 어디서 오셨냐 하니 마드리드에서 오셨단다. 역시. 정열의 나라여… 즐거운 여행 하시옵소서!
더 어두워지기 전에 또 냅다 뛴다.
빈은 할 것이 너무 많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멋지다. 고귀한 어른 같다.
잘 먹고 잘 보고 잘 걸어 다닌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