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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희 Oct 26. 2024

빈에게

너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네가 굉장히 도도하고 우아하고

왠지 다가가기가 힘들 것 같았어.


그런데 너는 계속 말하더라.

이 음악을 듣고, 이 그림을 보고,

이 궁전에 가서

이 커피를 마시면서

너를 한번 생각해 봐


네 말처럼

나는 너에게 빠져들었지

멋진 너의 집에서 네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화려할 것만 같은 네 그림 속에 있는 고뇌를 느끼며

푸른 공원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청년을 보며

연못에 비친 너의 야경을 보며

부드럽고 상큼한 맛을 느끼며


그렇게 나는 너에게 빠져들었지

그리고

나는 점점 나에게 빠져들었지


나는 이제야 알 것 같아.

내가 연약하지 않다는 것도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도.

나도 풍성한 삶을 살 거라는 것도.

나는 너를 만나며, 네 거리를 걸으며

그렇게 생각했어.


너에게 고맙다.

이런 멋진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멋있어질 나를 만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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