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의 깃털 Jun 19. 2024

나의 늙은 개, 행복이 이야기

개의 사랑은 위대하다

행복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세 달 여가 되어간다. 이 글은 '나의 늙은 개, 행복이'의 마지막 이야기다.


강형욱 논란으로 시끄럽다. 언제나 그렇듯 진실은 너무 멀리 있고, 섣불리 그를 편들고 싶지도,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사태를 지켜보며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 본다.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내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지, 동물에게 친절한 사람이 사람에겐 그렇지 않다면, 그건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론은 늘 비슷한 고민으로 끝난다. 


'나는 잘 살고 있는지,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조팝꽃이 흐드러진 아름다운 계절의 행복이

(개를 비롯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좋은 삶'과 연결되는 것은 결코 기적의 논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의 늙은 개 행복이를 떠나 보나며 저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행복이와의 이별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아주 조금은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즈음에 만난 책 한 권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문제가 생기면 책에서 해답을 찾는 삶을 추구하며 살았다. 지금까지 책은 나의 삶의 멘토이자 등대였던 셈인데,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아직도 깊은 슬픔에 잠겨 허우적거리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포즈의 싸복이 남매, 영혼의 단짝

작가는 개의 본질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강한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려는 개의 성향’이 오늘날 개와 인간의 반려문화를 만들어 낸 이유라는 것이다. 사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개의 사랑을 안다. 작가는 이 당연한 사실을, 동물행동 과학자답게, 과학자의 시선에서 접근한다. 개들이 왜 이런 사랑의 능력을 가지게 됐는지를, 개의 유전자와 진화론에 관한 과학적 사실과, 실험결과, 풍부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차분히 증명해 나간다. 더불어, 우리가 이러한 사실들을 제대로(과학적으로) 인식했을 때, 개의 사랑의 행동들은 우리에게 새롭고 강력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함께 늘 창밖을 바라보았던 싸복이 남매의 뒷모습이 그립다

작가의 다른 말을 옮겨본다. ‘개들은 힘들거나 도전적인 감정에서 도망치려 하지 않고, 고통에 처한 대상을 탓하지 않으면서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정서적인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나는 병들어 아픈 행복이를 지켜보면서 저 사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아픈 행복이를 지켜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 회피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아니, 어쩌면 나의 삶 또한 고통으로부터의 회피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고통을 직면하고, 기꺼이 품는 행복이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다. ‘버틸 수 있다. 견뎌야 한다. 삶은 고통을 인내하고 극복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나른한 오후, 옹기종기 모여있는 대중소 삼남매

행복이와의 이별 후 수많은 감정의 파고를 경험했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스러져가는 행복이를 바라보던 고통과 슬픔이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때때로 힘들지만, 이젠 그 고통과 슬픔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가 조금은 생긴 듯하다. 행복이가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은 자신의 고통을 직면하는 과정이었음을, 죽음을 수용하는 행복이는 진정 용기 있는 존재임음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늘이도 행복이를 그리워하고 있을지

행복이를 떠올리며 늘 생각한다. 행복이의 무한한 사랑과 그 사랑이 내게 가져다준 변화를. 또한 우리가 함께 주고받은 그 사랑의 시간들의 아름다움을. 이런저런 생각들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제는 행복이를 기쁘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세계는 더 넓어졌고 깊어졌다.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올바르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기쁘다. 행복이가 내게 주고 간 선물이며, 개들이 우리 인간에게 선물해 주는 가치일 것이다.


싸복이 남매의 우정이 무지개다리너머에서도 영원하길

저자는 마지막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그러나 힘에는 또 다른 개념도 있다. 바로 자신을 부양할 능력이 떨어지는 약자를 돕는 힘이다. 나는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수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가 가장 약한 사람을 도울 때 우리 안의 가장 큰 힘을 찾을 수 있다고 가르쳤던 위대한 영적 지도자들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 개가 우리의 애정을 구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에 자유롭게 응하는 것이 바로 이 힘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개가 우리를 사랑하듯이 우리도 개를 사랑함으로써 가장 훌륭하고 가장 이타적인 자아를 활용하고 강화하게 된다. 이 이타적인 태도에는 명예와 품위가 있고, 우리가 그것을 실천할 때, 개와 인간의 관계는 똑같이 높아진다."


눈물나도록 보고싶고 그리운 행복이

'우리가 가장 약한 사람을 도울 때 우리 안의 가장 큰 힘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행복이와의 이별을 통해 내가 찾은 삶의 방향일지도 모르겠다. 개의 사랑에 보답하는 인간의 자세는,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어본다. 인간이 개를 대하는 방식도 지금보다 더 성숙해져야 할 것이다. 나보다 약한 존재를 향한 사랑, 그것이 어쩌면 아름다운 성장일 것이다.


행복아, 사랑한다

이제 세상에 나의 개 행복이는 없지만, 나의 마음속 행복이는 영원히 살아있다. 하늘나라에서 보고 있을 행복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내게 다른 삶을 선물해 준 행복이가 참으로 고맙다. 실천은 나의 몫일 것이다. 행동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


행복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이렇게 마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