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원짜리 안마의자는 하늘이 차지가 되었다
어르신들이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안마 의자를 샀다.
몸 쓰는 일을 해 어딘가 늘 아프다는 마당쇠와 컴퓨터 앞에 많이 앉아 있다 보니 근육통을 달고 사는 나를 위해 통 큰 쇼핑을 했다. 안마의자는 오랜 시간 동안 꿈꿔오던 아이템이었다. 그간 구입을 미뤘던 것은 돈 때문이라기보다는(대개 렌털=할부구입이다), '저 큰 물건을 사놓고 안 쓰면 대략 난감인데' 하는 이유가 컸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드디어 안마의자를 구입한 지 어언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예상과는 다르게 안마의자는 너무너무 만족도가 높다.
사람손으로 받는 안마하고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기대보다는 썩 괜찮은 물건이다. 낯을 많이 가리는데다 귀찮아서, 마사지나 안마 혹은 피부관리 같은 것들과 담을 쌓고 사는 내가, 돈과 시간을 들여 마사지를 받으러 갈 일이 없다는 걸 생각할 때, 안마의자는 몹시 훌륭한 아이템인 셈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장점은, 안마의자에 앉고 나면, 숙면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초저녁부터 졸린 눈을 부여잡아야 되는 나는(나의 기상시간은 새벽 3시 30분이다), 안마의자에 눕고 나면 감은 눈을 뜨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 나이 들어 간혹 잠드는 시간이 길어지는 밤이 있어 힘겹던 나에게는 최고의 효자선물인 셈이다. 간혹 아니 사실은 자주 안마의자에 누워 불편한 채로 잠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효자템으로 자리 잡은 안마의자는 또 하나의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말고도, 하늘이가 안마의자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특별히 쿠션이 좋은 것도 아닌데 아주 안마의자라면 사죽을 못쓴다. 덕분에 안마의자는, 갈갈이를 하도 당해서(?)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하늘이 손톱자국으로 너덜너덜 해졌음은 물론이거니와, 하늘이 털구덩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깔끔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마당쇠는, 매번 안마의자에 앉을 때마다 하늘이 털을 찍찍이로 제거하느라고 바쁘다(어차피 집안이 털구덩인데 내 입장에서는 유난이지 싶다). 때때로 안마의자에서 고양이 모래도 발견되고, 드물게 응가를 묻혀놓는 경우도 있는데(똥꼬에 묻은 응가가 묻는 경우가 왕왕 있다), 마당쇠란 별명이 무색하게 아주 깔끔한 마당쇠는 이래저래 질색팔색이다.
흠집이 난 안마의자를 보며 내가 한마디 한다. '여봉, 천갈이 서비스 신청해 놓길 참 잘했죠'(미리 비용을 내면 몇 년 후 천갈이를 해 준다)라고. 그러면 세모눈을 하고 마당쇠가 답한다. '아니 천갈이하면 뭐 하냐고요. 금방 다시 흠집이 날 텐데'. '아이 여보 그래도 중간에 한 번 갈면 낫지 않겠어요' 하고 애교를 부려본다. 하루에 두 번 세 번 안마의자에 앉는, 안마의자 중독자가 된 마당쇠는 이래저래 하늘이의 안마의자 사랑이 탐탁지 않은 것이다.
안마의자가 좋아서 뒹굴고 있는 하늘이를 보며 생각한다. 내가 저 수백만 원짜리 안마의자를 마당쇠를 위해서 산 것인가 나를 위해서 산 것인가, 아니면 하늘이 좋으라고 산 것일까 하고. 아무래도 사용시간으로 봤을 때(단연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하늘이의 사용시간이 가장 길다), 하늘이를 위한 안마의자 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정작 우리가 안마를 해야 할 때는 비키지 않으려는 하늘이와 씨름을 해야 하는 형국이니, 굳이 안마의자의 소유지분을 따지자면 하늘이 물건이 맞지 싶다.
안마의자에 똥을 묻히든, 흠집을 내든, 털범벅을 만들든 상관없으니 그저 오래오래 건강하기만 해 다오. 까지껏 어멍이 수백만 원짜리 안마의자값이 아깝겠니. 하고 통근 생각을 해 본다. 마당쇠는 탐탁지 않겠지만, 내 눈엔 고가품을 잘 알아보는, 우리 하늘이가 그저 대견할 뿐이다.
역시 우리 하늘이는 럭셔리 고급냥이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