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물치료를 결심한 이유
ADHD는 공부 못하는 병이 아니다
"엄마, 엄마도 가끔 멍해져?
나는 엄청 자주 멍해져.
수업시간에도, 엄마랑 얘기할 때도."
"앗.. 그건 무슨 느낌이야?"
"눈뜨고 자는 느낌이야."
"아.. 그럴 때 어떻게 해?"
"저절로 풀리기도 하고
내가 엄청 노력해서 풀기도 해.
근데 나 너무 힘들어-"
이 말에, 더이상 약을 미루는 건
방임이란 생각이 들었다.
adhd 약을 먹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이고
몇년을 먹여야할지 모르기 때문.
또 부작용으로
불안과 예민이 심화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미루고 미뤘다.
인지능력이 괜찮으니,
인성이 좋으니,
자존감이 잘 자랐으니,
엄마가 도와주고 있으니,
약없이도 해내리라 기대하면서.
그런데 아이는 점점 자라고,
이제는 가정이 아닌 학교에서
가족이 아닌 친구들 사이에서
분투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내가 나를 갈아넣어
아이의 일상을 지켰다면
이제는 아이가 자신을 갈아넣어
일상을 버텨야 할 차례였고,
이 어린 아이에게
그 힘든 일을 강요할 수 없었기에-
오늘 아침 처음으로 투약을 해보았다.
아주 소량으로 시작했는데도
결과는 놀랍다.
"엄마!! 나 오늘은 엄마랑 얘기하면서
한번도 안 멍해졌어!!
엄마 말이 잘 들려!!"
"엄마!! 나 그동안은 글자를 읽을 때
한글자씩 생각하며 읽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글씨가 자동으로 읽어져!!"
"엄마!! 나 이상하게 짜증이 안 나!
앉아있는 게 안 불편해~!"
아이의 총평은 이렇다.
그동안은 어마어마하게
에너지를 써야했던 일들이
수월하게 되고
그래서 화도 안 난다는 거...
.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그래서 늘 지쳐있고
자주 아팠구나..
사실 다 알면서도 외면했어
엄마가 더 빨리 용기내지 못해 미안해
adhd는 공부 못하는 병이 아니다.
상대의 말과 표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눈치가 없고 결국 사회성이 떨어지고,
수행에 자꾸 실패하니
매사에 짜증이 심하고 의욕이 떨어진다.
노력할 에너지가 부족하여
결국 수동적인 자극에만 빠지게 되며,
대화에도 집중하지 못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잘 안 된다.
인지적으로 아는 것도 계속 까먹어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고,
아무리 노력해도 지적을 받게 되어
점차 자존감이 떨어진다.
adhd 약은 공부 잘하는 약이 아니다.
일상에서 필요한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
자기가 가진 것을 활용하게 해주고
친구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게 도와주며
짜증과 흥분을 다스리게 해주는,
사람답게 살게 해 주는 약이다.
앞으로도 넘을 산은 많다.
가장 잘맞는 약의 종류와 용량도 찾아야하고
약효 떨어질때의 짜증도 견뎌야 하고
불면, 예민, 불안 등
각종 부작용에도 대처해야 한다.
만약 아이가 부작용으로 힘들어한다면
마음 약한 나는 또 약을
포기하고 싶어질 거 같다.
그래서 적어둔다!
우리 아이는
뇌에 치료가 필요하고
나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것이다.
우리 아들 파이팅!!
나도 파이팅!!!
#사랑해우리아들
#엄마가많이많이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