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자기비하가 아니다
"나를 이렇게 대해주세요"
한국어에는 ‘고맙다’는 인사에 대답할 ‘You’re welcome’이란 말이 딱히 없다. You’re welcome을 검색하면 ‘천만에’라고 번역되곤 하는데, 사실은 전혀 다른 뜻이다. You’re welcome은 ‘언제든 기꺼이 도와줄게’라는 뉘앙스라면 ‘천만에’는 강한 부정이다. ‘고맙다니! 아니야! 절대 고마워하지 마!’
천만-에
전혀 그렇지 아니하다,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뜻으로, 상대편의 말을 부정하거나 남이 한 말에 대하여 겸양의 뜻을 나타낼 때 하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이러한 언어 특징 때문일까? 한국 사람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누군가가 고맙다고 하거나 칭찬을 하면 쑥스럽게 ‘아니야’라고 답한다. 겸손을 타고난 민감한 사람들은 더하다. 아니, 겸손을 넘어 자기비하까지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친구 : 우와, 오늘 예쁘다!
나 : 아니야. 나 살쪘어… (?)
친구 : 너무 고마워!
나 : 아니야, 내가 뭘 했다고… (?)
누구나 잘난척하는 사람보다는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겸손이 지나치면 사람이 만만해 보인다. ‘겸손하다’는 평판을 넘어 ‘만만하고 우스운 사람’이 되어 버리면 절대 안 된다.
그러니 당당하자. 내가 잘난 일에 당당히 칭찬받고, 잘한 일에 당당히 감사받자.
친구 : 우와, 오늘 에쁘다!
나 : 정말? 예쁘다니 기분 좋아!
친구 : 너무 고마워!
나 : 도움이 됐다니 기쁘다!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은 내가 허락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나의 모든 언행은 ‘나를 이렇게 대해주세요’라는 표현이다. 그러니, 지나치게 나를 낮추지 말자. 겸손을 넘은 자기비하는 스스로에게 해서는 안 될 무례한 짓이다. 나에 대한 존중을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