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이어트를 할 때 전세계 1%의 모델 몸매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옷이 예쁘게 맞을 정도면 만족한다. 우리는 돈을 모을 때 최고의 갑부가 되길 꿈꾸지 않는다. 너무 큰 어려움 없이 편하게 살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독, 엄마됨에 있어서는 엄격하다. 다른 건 몰라도 육아는 100점을 향해 달린다. 매일 스스로를 점수 매긴다. 오늘은 TV를 많이 보여 줬으니 80점, 오늘은 재울 때 화를 냈으니 70점... 점수가 50점 이하로 내려가는 날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자격도 없는 내가 아이를 왜 낳아서!'
안다,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임을. 내 전부가 되어 버린 작은 생명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을 누가 틀렸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저명한 소아과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도널드 위니콧은 'Good enough mother'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는 우리말로 '충분히 좋은 엄마'로 번역되곤 하지만, 원어의 뜻을 더 정확히 살리자면 '그 정도면 괜찮은 엄마'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은 엄마라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어줍짢은 위로의 말이 아니다. 위니컷이 수만 명의 육아 사례를 관찰하여 내린 결론이다.
아이가 처음 태어나면 엄마들은 완벽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덕분에 아이는 건강한 전능감을 획득하여 자신감 있게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들은 차츰 완벽함을 잃고, 그로 인해 아이의 전능감에도 조금씩 금이 간다. 그러나 이것은 건강한 과정이며, 대신 아이에게 현실감과 분별력을 길러준다고 한다. 완벽한 엄마보다 오히려 빈틈이 있는 엄마가 아이를 성장시킨다는 뜻이다. 그러니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그냥 어느 정도 괜찮은 엄마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엄마는 없다. 그 최선이 개개인마다 혹은 상황마다 다를 수 있을 뿐. 육아가 힘들고 지친다면 당신이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의 모진 말 때문에 아이 마음에 평생의 상처가 남을 것 같고, 나의 게으름 때문에 아이의 날개가 꺾일 것 같고, 나의 무지함 때문에 아이의 미래가 회색빛이 될 것 같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노력하는 엄마다. 나도 당신도 Perfectly good mother가 될 수 없고 Perfectly bad mother가 될 리 없다. 우리는 모두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평범한, 빈틈 있는, 그러나 노력하는,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엄마'다. 그리고 아이는, 잘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