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English
한국 엄마들끼리 매주 수요일마다 영어 회화책으로 스터디를 시작했다. 선생님 없이 우리끼리만 공부하다 보니 궁금증이 생겨 답답해하고 있던 어느 날,
매일 같은 시간 스타벅스에 오는 외국인이 지금도 우리 뒤 테이블에 앉아 있다고 제인이 말했다.
영어를 가르쳐 줄 수 있냐고 한번 물어볼까 말까 우리들끼리 실랑이를 하다 말을 걸어 보았다.
영어가 짧으니 앞뒤 다 생략하고 다짜고짜
"Hi, where are you from?" 했더니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던 외국 남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me..me?"하고 되물었다.
우리는 자카르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고 영어공부모임을 하고 있는데 혹시 네가 도와줄 수 있니?라고 다시 설명했더니 매우 긍정적으로 나도 여기 옆 아파트에 살고 자카르타에 일하러 왔고 재택근무를 많이 하기에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했다.
한 번도 영어를 가르쳐 본 적 없지만 스페인어를 배워봤기에 고충을 안다며 흔쾌히 Yes 해 준 그 외국인의 이름은 로이다.
그렇게 매주 수요일 9시 더블샷 아이스아메리카노 벤티사이즈 한 잔에 영국계 미국인에게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용기 있는 자만이 원어민 친구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나.
나이는 우리와 비슷했지만 아직 싱글남이라 자유롭게 살고 있는 영혼이었다. 취미로 수중카메라를 들고 바닷속 생물을 찍거나 숲에 가서 곤충, 파충류 사진을 찍고 다닌다고 했다. 취미치고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려도 될 정도로 사진을 잘 찍었고 자연과학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지식이 풍부했다. 중년에 그런 순수한 취미를 가졌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어 공부하며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로이가 하는 영어표현도 따라 해 보며 수업을 이어갔다.
왜 이 문장에서 over가 들어가냐고 물어보면 "Interesting." 하며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냥 쓴다고 했다.
맛있는 것을 보면 "Salivating."이라고 하길래 한 동안 음식을 먹을 때마다 턱을 만지며 흉내 냈더니 지금까지도 그 단어가 기억이 난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익숙해지는 것인가 보다.
매주 만나니 친해져 한식당에 가서 여러 음식을 소개해 줬더니 맛있게 먹으며 오징어게임을 인상 깊게 본 것과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사격선수에 대한 활약을 말하며 한국 참 잘한다고 칭찬했다. 로이도 우리를 위해 아보카도가 들어간 멕시코 요리를 직접 해주며 우리의 호의에 보답했다.
로이에게 왜 영국이나 미국에 살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는 맥주가 필요하다며 대답하지 않았다. 누군가 내게 너무 개인적인걸 물어볼 때 나도 써먹어야겠다.
한 번은 로이의 엄마가 자카르타로 놀러 오셔서 한식당에서 한식을 대접해 드렸다. 피부가 좋으시고 건강하시고 미소가 아름다우신 분이었다. 비결이 뭐냐고 여쭤봤더니 몇 년 전까지도 서핑을 즐기셨다고 했다. 이제는 나이가 많아 못 타지만 발리 해변가에 앉아 서퍼들을 바라보고 오셨다며 아마도 햇볕을 많이 쐬고 서핑을 즐긴 덕분인 것 같다고 하셨다.
대부분 나이가 들수록 취미를 즐기기엔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과 정신건강을 위해 좋아하는 취미 하나쯤 갖는 것은 중요하다.
취미 하나로 중년은 소년의 마음을 가질 수 있고 노인도 젊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취미를 통해 팍팍한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고 잠시라도 중력을 거스르며 입꼬리를 올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 준 친구, 로이. 땡큐 쏘 머치! 뜨리마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