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럽여행 준비과정의 기록
앞으로 얼마나 자세히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고민도 과정도 많은, 칠순 넘은 부모님과의 유럽여행 과정을 왠지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이건 우리 가족의 여행 준비 과정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지만 70대 이상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가기로 결심한,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무도 안 볼지도 모르지만 일단 되는대로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복잡스러워도 시간 지나면 추억이겠죠. 어쨌든 70대 부모님 모시고 떠나는 유럽여행 프로젝트의 기록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부모님 생전에 유럽여행은 한 번 보내드려야지
모든 일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갑니다. 그 전의 저는 정말 정신없이 바쁜 상황이었고, 동생들도 각자 일이 너무 바빠서 가족이 모두 시간을 맞춘다는 게 쉽지 않을 때였어요. 해외여행 가자고 말이 나오고 나서 일정을 맞추는 데만 일년 반이 걸려 태국 여행을 갔었거든요. 가족여행은 언제나 그렇듯 아비규환이지만 다녀오니 괴로운 기억들은 사라지고 행복한 기억만 남더라고요. 그래서 '아빠 칠순에는 유럽 여행 한 번 가보자' 하고 부푼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빠의 칠순인 2021년에는 코로나로 전 세계가 혼란할 때라.. 관광지도 문 닫고 비행기도 안 뜨고..도저히 갈 수 없는 지경이었어요. 해외는 포기하고 국내 리조트에서 조촐하게 보내면서 (보름동안 가족 친척과 생일 파티 하느라 비용은 조촐하지 않았지만 ㅠ) 엄마 칠순 즈음에 사정이 괜찮아지면 다시 시도해 보자 말을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그 시기가 온 거죠.
아빠와 두 살 차이인 엄마의 칠순 생일은 내년 초예요. 그런데 올해 초에 이런저런 일이 많이 생기더군요.
주변에 몸이 아픈 분들도 많아지고 부고 소식도 자주 들려오고... 무엇보다 엄마 아빠 체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약해지시는 게 느껴져 속상했어요.
그러다 매일 밤 홈쇼핑에 여행 상품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진지하게 고민 해 봤습니다.
지금 쓰든 나중에 쓰든 여행을 갈거라면 돈은 어차피 써야 하는 걸테고. 프리랜서인 이상 바쁘고 한가하고는 정하면 그만이고, 미래에 돈을 아주 많이 벌어서 넉넉해지고 시간도 여유로워 여행을 갈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 온대도, 부모님은 나이를 더 드실텐데 상태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까.
아니 그런 딱 좋은 상황이라는 게 오긴 올까.
시간이 흘러 혹시 후회 한다면 '그 때 내가 일을 왜 안했을까' 보다는 '그 때 부모님과 여행갈 걸' 쪽이 더 클거란 생각이 드니 지체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떠날 수 있고, 부모님이 한 살이라도 젊고 건강하실 때 가는 게 맞다 싶어서 무슨 일이 생기건, 올해 유럽을 가자. 시기는 여행하기 제일 좋을 춥지도 덥지도 않은 10월 즈음 가자.로 결정을 했습니다. 이게 올 해 가장 중요한 일이니, 무리가 될 것 같은 일은 거절했어요. 선택은 언제나 다른 후회를 남기지만 이번에는 틀리지 않은 답 같았으니까요.
70대 부모님 효도여행
자유 or 패키지
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패키지를 택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이건 저희 가족만의 사소한 트라우마(?) 때문인데요.
태국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어른 네다섯 분이 동시에 하고 싶은 게 달라서 (화장실 가자, 기념품 사고 싶다, 숙소 가자, 배고프다, 다리 아프다...) 호된 경험을 한 것이 기억나서요. 게다가 집에 가려고 부른 그랩은 먹튀 돼서 안 오고 갑자기 비 오는데 차는 언제 오냐.힘들다. 다리아프다... 그 난리통은 또다시 겪을 수 없다고... 고개 절레절레하면서 바로 패키지로 땅땅했습니다.
패키지 알레르기 있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남이 짜놓은 대로 가기 싫고, 나는 가고 싶은 곳이 딱 있쒀! 하시는 분들. 목적이 확실하시면 물론 자유여행이 좋겠지만 유럽 같은 경우는 아무리 가고 싶다고 해도 이동이 변수라, 시간 안에 모두 갈 수 없더라고요.
나름 가족 해외여행은 패키지 - 를 추천하는 제가 생각하는 강점은 코스가 정해져 있으니 분열(?) 위험이 없는 것, 하고 싶은 걸 하는데 각자 예약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진짜 장점은 변수에 대처가 쉽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는 특히 그래요. 여행책이나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가는 여행지는 사정이 많이 달라져 있기도 하고 예약이 잘못되거나, 동선이 어그러지거나 날씨가 바뀌어 계획을 옮기게 되거나 등등.
제가 자주 갔으면 대책을 세우겠지만 저도 모르니까요. 젊으면 굶는 것도 다이어트로 치고 잠깐 코스를 헤매도 자체로 즐겁지만은 70대 부모님들 동행하는 여행에서 혼돈은 체력 저하로 이어져 여행 자체에 무리를 주니.. 고생할 만한 요소는 애초에 차단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저와 다르게 해외여행을 자주 가셨고 자유여행에 최적화된 분들은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 집처럼 부모님과 해외여행 많이 안 가신 분들.
혹시나 가족 유럽여행이 처음이신 분이라면 패키지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어디로 갈 거냐면
이 부분이 제일 고민이었어요. 어차피 가는 거, 좋은 걸 많이 보여드리고는 싶은데 말이죠.
처음엔 가 본 코스를 다시 가야 하나 했어요. 저는 동유럽 발칸 5개국 패키지를 다녀왔었는데(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체코.. 또 어디더라.. )
일정은 힘들었지만 나름 좋았거든요. 저는 아쉽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보여드리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동유럽 패키지를 눈이 빠지게 봤는데.. 마음을 접은 건 부모님 말씀 때문이었어요.
주변에 누가 유럽 4-5개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맨날 차만타고 어디 가서 잠깐 내려주고 또 타고 그래서.. 뭘 보고 왔는지 모르겠다더라. 하시더라고요. 맞죠... 몸 힘들면 아무리 좋은 걸 봐도 눈에 안 들어오죠..
여태 찾은 건 저런 반응이겠다 싶어서 그동안 찾아본 걸 다 엎고 , 나라 여러 개 보는 거 취소. 동유럽이고 서유럽이고 간에 1-2개국 안에서 고르는 걸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여행 패키지 좀 보신 분들 아실 거예요. 4-5개국 보다 1-2개국이.. 거의 두 배 비쌉니다....;;
동생과 둘이 비용을 감당하기로 했는데 아니! 우리가 이 돈을 주고 가는 데 가본 나라 또 가는 건 아깝잖아.. 해서 누구든 가본 곳은 빼기로 또다시 변경...
동. 서유럽 포함해서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찾아봐서 울렁증 나지만 쉽게 포기할 순 없죠.
밤이나 낮이나 이동시간이나 엄청 까다롭게 기준을 세워서 봤는데..
참고로 저희 자매가 둘 다 파워 J 거든요.
패키지 고른 꿀팁은 다음 글에 공개할게요!